[기획]경남 인구 대비 자살 1위 도시 거제, 대책은 없나④
10년 새 자살률 34% 줄이고… 모든 지자체에 자살방지대책 의무화
일본 모토하시 자살종합대책센터장 "자살은 개인문제 아닌 '사회·국가적' 문제로 판단해야…"

2015년 말께부터 시작된 조선 산업 침체는 거제시 경제에 직격탄을 안겨줬다. 거제시민 70%가 조선업 종사자이거나 가족인 만큼 조선 산업의 위기는 거제시의 위기였다. 중앙정부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라 했고, 그 실행의 칼날은 구조조정이었다. 정규직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에, 하청·협력업체 직원들은 물량이 줄면서 회사가 폐업하자 줄줄이 실직자가 됐다. 그 여파는 조선 산업 관계자들의 자살로 이어졌다.
죽음 직전에 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노력은 지자체에서부터 요구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및 치료와 상담기관을 통한 상담도 중요하지만 거제시는 독립적인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없는 실정이다. 조선업 퇴직자의 구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조선업희망세터 등 있지만 정작 정서적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자살문제는 거제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 지자체 역시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현재 거제시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 도시의 창원시와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계획하고 있는 자살대책방안과 조선업 실직자를 위한 정서관리 방안을 찾아본다. 또 자살률 1위 불명예를 안았던 서울특별시 노원구의 자살률 대책 방안과 노인 자살예방에 나선 경기도 남양주시의 현 주소를 살펴본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자살률 감소 추이를 계속 보이는 일본 정책도 알아볼 계획이다.
이는 거제시민이 더이상 이웃을 잃지 않는 슬픔을 갖지 않고 지역경기 침체와 맞물려 어두운 도시로 변해버린 거제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일본의 자살종합대책은 도쿄도 자살종합대책센터(국립 세이신신케이이료겐큐센터병원)에서 모두 이뤄진다. 의사 30명으로 이뤄진 자살종합대책센터 근무자들은 각 지자체마다 발생되는 자살 건수를 분석하고 이를 지자체에 알린다.
일본의 자살종합대책은 도쿄도 자살종합대책센터(국립 세이신신케이이료겐큐센터병원)에서 모두 이뤄진다. 의사 30명으로 이뤄진 자살종합대책센터 근무자들은 각 지자체마다 발생되는 자살 건수를 분석하고 이를 지자체에 알린다.

한때 자살 대국이었던 일본은 10년 만에 자살률이 3분의 1 수준인 34%를 줄였다.

2007년 연간 자살자 수가 3만3000여명을 넘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자살 관련 대책 사업으로 지난해 2만1000여명까지 줄인 것이다.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자살종합대책회의 기구를 설치해 총리가 직접 챙기고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전방위로 나선 결과다.

특히 자살자들의 자살 원인 1위인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다중채무 개선 프로그램 등의 경제정책과 함께 지자체에서는 상담창구를 마련해 자살 유발요인을 최소화한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

물론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살률이 감소하는 원인도 있지만 그 이전에 일본은 '자살'에 대한 무게감을 국가차원에서 먼저 실감하고 정부-지자체가 모범 정책을 선보이면 병원·학교 등에서 따르는 등 체계적인 자살 예방 정책을 펼쳤다.

일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선진 7개국 가운데 여전히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보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자살률을 또 다시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로 각 지자체 특성에 맞는 예방대책 수립을 의무화했다.

모든 지자체에 자살방지대책 의무화

"자살대책은 의학·보건의료뿐 아니라 복지·교육·경제·노동 관련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기반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일본 지자체의 자살 예방정책은 일본 자살종합대책센터의 지원으로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고 모토하시 유타카(64) 일본 자살종합대책센터장이 밝혔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자살과 관련한 각종 사례를 분석하고 각 지자체마다 자살자들의 원인 분석 역시 자살종합대책센터에서 객관적으로 따진 후 지자체에 알려주면 지자체의 실정은 지자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별 자살 통계의 중요성은 타 도시는 노인 자살이 고민인데 거제시 같은 경우 30~50대 자살, 특히 가장들의 자살률이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거제시만이 생각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종합센터에서는 거제시가 마련한 대책에 대한 물적·인적자원을 동원해 도와주는 일과 더불어 연구뿐이다"고 강조했다.

자살종합대책센터와 지자체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자살방지관련 대책을 모색하는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자살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 의원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지난 2016년, 2006년에 제정된 자살대책기본법을 개정해 모든 광역·기초 지자체에 자살방지대책 수립을 의무화했다.

자살방지대책이 담긴 자살대책기본법에는 각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자살 방지 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조문과 광역지자체인 도·부·현과 기초지자체인 시·구·정·촌별로 각 지자체가 자살자의 연령·성별·직업별 경향 등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자살방지대책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 자살 예방교육을 위한 노력을 각 학교에 촉구하는 내용도 반영돼 있다. 9월10∼16일을 자살 예방주간으로, 3월을 '자살 대책 강화의 달'로 각각 정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자살종합대책센터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신병원과 함께 위치해 있는데 '자살 예방'에 대한 책자가 상담실 입구에 설치돼 있다.
자살종합대책센터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신병원과 함께 위치해 있는데 '자살 예방'에 대한 책자가 상담실 입구에 설치돼 있다.

자살, '개인' 아닌 '사회' 문제로 접근

일본은 당초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봤다. 죽고 싶은 사람들이 죽는데 뭔 대책이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해 3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면서 '자살은 사회적인 타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본 자살예방 비영리기구 '라이프링크(LifeLink)' 관계자는 "자살은 절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1998년부터 국경기악화로 자살률이 급증했다. 이때만 해도 자살을 개인의 문제라고 여겼다. 그때 유가족들이 목소리 내줬다"며 "자살 문제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죽고싶다'는 문제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자살을 결심했던 당시 당사자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 어떠한 것이 당사자에게 필요했는지 상세하게 설명을 듣고 대책을 마련해 같은 상황 속에 놓인 이들을 분석하고 또 다시 자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할 때마다 지원해주는 게 가장 중요해 자살예방 활동 강의에서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자살을 한 이후에 남겨진 가족을 위한 대책이다. 가족들을 위한, 유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판단한 의식 있는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에 수십 차례 연구한 결과가 '자살 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이 구성됐고, 2006년 자살예방기본법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기본법을 기반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2008년엔 각 지자체별로 대책을 시행했다. 2009년 정점을 이룬 자살률은 201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성공배경엔 국회가 있다. 2006년 9명으로 시작한 '자살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은 지난해에 103명으로 늘었다. 자민당·입헌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자살 정책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자살대책기본법' 제정·개정은 물론이고 정부에 여러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라이프링크' 관계자는 "일본 의원들은 자신들이 나선 뒤 자살률이 떨어지자 정책효과가 나타난데 고무됐다"며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려면 현장에서 어떤 게 필요한지 목소리를 전달하고 성공할 거란 확신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에서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올해 자살 예방에 투입되는 예산은 162억원이다. 지난해 99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본 정부는 한 해 7500억원이 넘는 돈을 자살 예방에 쏟아 붓고 있다. 그 덕분에 2003년 3만4000명을 웃돌았던 자살자 수가 지난해 2만1302명으로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 전체가 팔을 걷고 나선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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