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 거제서울아동병원 원장
정유주 거제서울아동병원 원장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이상고온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름철 고온현상으로 인해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중이며, 온열질환인 열탈진, 열사병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에 폭염의 날씨에 아이를 차안에 두어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몸의 크기가 어른에 비해서 작아 보이지만 전체 몸의 체표면적이 어른에 비해 넓기 때문에 고온의 환경에서 어른보다 3배에서 5배 빨리 몸의 체온이 올라갑니다.

또한 차안은 다른 환경조건에 비해서 빨리 뜨거워집니다. 다른 공간보다 차안의 공간에서는 단 10분만에도 온도가 6도 이상 올라갈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여름철의 경우에는 바깥온도가 34도일 때 차안에 아이를 10분만 두어도 차안의 온도는 40도 이상 올라가게 됩니다.

더운 차안에 남겨졌을 때 아이의 체온은 빠르게 40도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열사병이 오게 되고, 열사병의 상태에서 빨리 치료받지 못하게 되어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열사병(heat stroke)이란 외부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되면서 외부로부터 과도한 열 공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열사병의 발병기전은 첫 번째로 고온의 환경에서 주위의 온도가 피부온도보다 과도하게 높을 경우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이 되지 않아 발생합니다. 인체는 고온의 환경에서 피부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려서 체온을 내리게 되는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이런 열 손실기전이 작동하지 않아 체온이 과도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둘째로, 고온의 환경은 인체의 열을 발산시키는 뇌의 체온조절중추에 조절장애를 일으켜 체온의 상승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내·외부적 원인에 의해 신체의 중심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산소요구량이 증가되며, 체내 대사율의 상승으로 호흡수와 맥박수가 증가하고, 혈액순환부전 및 조직 저 산소 상태를 유발하게 될뿐만 아니라 염증반응과 함께 여러 세포독성작용과 응고장애등이 생기게 되어 중요장기의 다발성 장기부전이 생기기 됩니다.

차량 내 아동의 방치는 이러한 열사병에 이르게 하여, 40도 이상의 중심체온의 상승으로 아이의 중요장기인 뇌·심장·폐 등의 장기기능의 손상, 부전을 야기하게 됩니다. 또한 40도 이상의 환경에서 오래 노출이 되면 신체의 장기가 기능을 못하게 되는 장기부전이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차안방치로 인한 사고들이 생기면서 차안에 아이들 두는 것에 대한 국민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아이를 차에 두고 "차의 창문을 조금 열어 두거나 에어컨을 켜두면 괜찮을 텐데…"하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더운 차 안에서 차의 창문을 열어두거나 에어컨을 켜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열사병과 다발성장기기능부전으로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내 아동 방치에 대해 경각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통학차량 창문의 과도한 썬팅을 규제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 갇혔을 때 손쉽게 누를 수 있는 안전벨 장치나 시동이 꺼진 후에 차량 내 움직임을 감지해 알려주는 동작감지기 설치를 의무화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를 돌보는 모든 사람이 항상 차에서 내리기 전에 차의 뒷자석을 확인하고, 차의 문을 잠그기 전에 모든 아이들이 차 밖으로 나왔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차량 뒷좌석에 핸드폰이나 가방·지갑을 두면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차 안의 뒤를 확인하게 돼 사고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다시는 차안의 아동 방치로 인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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