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초등학교 통학로 대책 없이 아파트부터 허가
교육청, 행정소송 다툼 소지 있어 마지못해 협의
일부 학부모, "우리 집앞에 초등학교 세워주세요"

지난 4월 아이파크 2차 입주민들이 양정초등학교 통학로 문제로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사진 = 거제신문DB
지난 4월 아이파크 2차 입주민들이 양정초등학교 통학로 문제로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사진 = 거제신문DB

거제지역 공립초등학교 36개교. 신설된 아파트 중심으로 매년 공립초등학교 통학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거제교육청에 따르면 면 지역은 인구 감소로 통·폐합이 이뤄졌지만 면적이 넓어 11곳의 초등학교에 장거리 통학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경남도교육청은 면 지역 8개교인 거제·동부·명사·숭덕·일운·장목·칠천·하청초등학교에서 통학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동 지역은 국산초가 덕포마을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최근 새로 지어진 대규모 공동주택이 통학로가 구축돼 있지 않은 채 들어서면서 아파트마다 통학버스를 활용해야만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는 실정이다. 통학버스가 없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안전은 전혀 확보가 안 돼 있다.

최근 3년 동안 아주동 용소마을, 상문동 제3·4지구, 사등면 두동마을, 거제면 옥산마을 등에서 초등학교 통학로 미확보, 아이들 안전문제로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났다.

아주동 용소마을은 예비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민원제기와 전·현직 시·도의원들의 요구, 거제교육청의 협력으로 가칭 용소초등학교 설립이 결정 나면서 용소마을은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상문동 제3·4지구, 사등면 두동마을, 거제면 옥산마을은 아직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실정이다.

거제시, 초등학교 통학로는 뒷전…공동주택 허가

거제시는 당초 도시계획구역을 지정할 때 주택용지를 중심으로 3000세대 이상이면 그 주변에 초등학교 용지를 계획한다. 2010년 이전에 초등학교 통학로 문제와 학교 신설 문제가 촉발되지 않은 이유도 택지개발계획에 따른 초등학교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수양동 제산초·수월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무분별한 공동주택 허가는 산림만 훼손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 안전까지 뒷전으로 미뤄졌다. 거제고현초·아주초·기성초 아이들은 짧게는 1.4㎞, 멀게는 2.7㎞에 달하는 통학거리를 다니고 있다. 또 상문동은 초등학교 3개교가 있지만 타 면·동 학급보다 많고 학급 내 학생 수도 많은 실정이라 초등학교 학생 수용 문제에 대한 대책도 부족했다.

시는 초등학교 신설 문제에 대해 거제교육청에 책임소재를 떠밀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무분별하게 공동주택 허가를 내준 시가 그만큼 초등학교 통학로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현재 반복되고 있는 통학로 안전문제 민원은 현저히 줄었을 거라는 게 학부모들과 교육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거제교육청, 공동주택 신설 시 협의과정서 행정소송 피하려 협조

건설사에서 공동주택 설립 계획이 들어오면 시는 거제교육청에 통학로 확보 관련 협조 공문을 보낸다. 신축되는 아파트의 통학구역은 거제교육청이 지정하기 때문이다.

거제교육청은 법적으로 지정된 초등학생 통학거리 1.4㎞를 넘지 않는 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주변 도로·교통 상황에 대해 검토한 후 협조 답문을 보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제교육청이 건설사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 교육환경과 안전을 최우선시로 생각해야 할 교육청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우려가 발생한다.

2015년 아주동 A 아파트 허가 당시 거제시가 건설사에 교육청에서 통학로 안전 확보를 승인하면 허가내주겠다고 밝히자, 건설사는 교육청에 '승인 지연 사유에 대해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등의 압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교육청은 통학로 안전 확보가 미비한 상황에서 건설사가 책임지겠다는 발언에 승인했다.

일부 학부모 "집 앞에 초등학교 있어야"

일부 학부모의 일부 '떼법(법 적용을 무시하고 생떼를 쓰는 억지주장 또는 떼로 몰려다니며 불법시위를 하는 행위. 집단 이기주의와 법질서무시의 세태)'이라 불리는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용지는 법적으로 초등학교는 3000세대 이상, 중학교는 7000세대 이상, 고등학교는 1만세대 이상이 새로 들어서야 신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수치에 해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통학로가 구축돼 있지 않으니 "내 집 앞에 학교 지어달라"는 민원이 속출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각 담당부서에 전화테러와 민원 게시판에 반복해서 올리는 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통학로 구축 미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교육청과 거제시가 있다 할지라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식 민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통학로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외간·기성초등학교에 대해 조속히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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