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價性比)에 가심비(價心比)를 더하다
가성비(價性比)에 가심비(價心比)를 더하다
  • 김철수 시민리포터
  • 승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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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가성비(價性比)의 열풍 속에서 단순히 제품의 '성능'이 아니라,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즉 가심비(價心比)를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성능에 객관적인 표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가심비는 가성비에다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가성비의 초점이 '상품'의 가격과 객관적 성능에 있다면, 가심비의 초점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가?' 하는 주관적 판단에 있다.

이 주관적 판단은 마치 '위약(僞藥·placebo)'처럼 정확하지도 일관되지도 않기에 가심비에 입각한 소비를 플라시보 소비라고도 부를 수 있다. 소비가 주는 위약효과는 특히 소비자 안전에 대한심리적 불안을 잠재워줄 때, 소비자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지출할 때, 소비자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을 때 극대화돼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해 연말 동물보호단체가 길고양이를 찍은 사진이 담긴 캘린더를 판매했다. 반신반의 했는데 불티나게 팔려 매진된 사례가 있었다. 가심비의 좋은 사례가 아니랴. 그러나 가심비 소비에서도 무작정 고가의 제품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 구매나 '일점호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가심비의 분모에 해당하는 가격을 통제한다.

구매를 할 때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일반적인 경향임은 분명하지만, 가심비를 추구하는 경향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가심비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한국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막강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성비'의 개념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기준으로 구매해 왔다면, 이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성능이라면 브랜드에 관계없이 되도록 가성비의 분모에 해당하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2016년을 휘어잡았다.

반면 이듬해인 2017년에는 'B+프리미엄'이 화두였다. 이것은 단순한 고가 고가품 선호가 아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되도록 가성비의 분자에 해당하는 성능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경향으로서, 전년도 가성비 트렌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높은 성능'이라는 그 기준이 한 번 더 진화한 개념이 바로 2018년의 가심비다.

'더 큰 심리적 만족을 준다면 가격에 대한 저항이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 가심비는 사실 우리가 구매할 때 당연하게 고려했던 사항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념화가 쉽지 않다. 가성비가 '상품'의 가격과 객관적인 성능을 중시한다면, 가심비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소비자'가 결국 해당 상품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가?' 하는 주관적 판단이다.

이 주관적 판단은 정확하지도 일관되지도 않다. 예를 들어 '위약'을 생각해보자. 시약의 효능시험을 할 때 실험군에 신약을 투여하면서 대조군에 아무것도 주지않는 것은 아니다. 위약을 투여한다. 위약이란 아무런 효능이 없는 가짜약인데, 이런 가짜약도 환자가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질 때에는 어느 정도 약효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신약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이 위약 대비 효과가 일정 기준치를 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위약을 영어로는 '플라시보'라고 한다. 플라시보란 '나는 기쁠 것이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심리학에서 긍정적인 기대와 믿음이 가짜약에 약효를 불어넣어 병이 호전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가짜약에도 치료효과가 있다니 신기하지 않는가? 전술한 마음의 힘이다. 정확한 효능은 알지 못해도 천연소재로 만들었다고 하면 다소 비싸도 구매한다. 순간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다고 하면 필요치 않은 상품에도 지출이 아깝지 않다. 이처럼 가격 대비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따져 소비하는 현상, 즉 가심비가 높은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패턴을 '플라시보' 소비라고도 부른다.

불신·불안·불황의 3불에  시달리는 소비자가 가성비를 따질 때, 그 성능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다름 아니라 심리적 안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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