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그때 그 시절

1970년도에는 거제군청에 각 읍면을 담당하는 실과가 있었다. 거제면은 재무과, 장승포읍은 내무과, 둔덕면은 공보실, 동부면은 보건소에서 각각 담당했다.

1970년 9월11일. 박희수 거제군수가 부임해 읍면 순시를 나섰다. 이 날은 동부면을 순시하는 날이다. 그 당시는 읍면 지역에 점심을 먹을 만한 음식점이 없었다. 대부분 막걸리와 안주를 파는 주막집 같은 술집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막걸리 한두 잔으로 점심을 때웠다.

군수가 지역을 방문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점심 대접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군수 일행이 대접을 받을 수도 없어서,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닐 때였다. 고현에서 동부까지는 구천계곡으로 걸어서 다녔다. 그 당시는 장승포에서 연초-고현-성포로 다니는 버스와 장승포-일운-동부-거제-성포로 다니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있을 정도였다.

그때 거제군에는 군용짚차를 개조해 거제군수·거제교육장·거제경찰서장의 관용차로 각각 사용했다. 또 나무장작을 실어 나르던 군용트럭이 있었고, 군용짚차를 개조한 택시가 고현에 2대 정도 있었다.

해안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노 젓는 배와 통통배가 다녔고, 마을끼리는 산 고개를 넘어서 다녔다.

고현에서 거제·동부로 다니는 도로는 차가 겨우 한 대 다닐 정도의 비포장도로로 고현에서 장평-신촌-와치-남은박-눈태-웃모실-피솔-양지몰-다갈바위를 지나 장평 뒤 고개를 돌고 돌아서 사곡삼거리-거제-동부로 다녔다. 길이 참으로 멀고도 멀었다. 현재의 장평고개 직선도로는 삼성조선이 생기면서 개통됐다.

동부·거제는 고현에서 상동-문동-삼거리-구천계곡(구천댐 안쪽)으로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이 길이 지름길이다.

당시 박희수 군수가 동부면 담당 실과인 보건소 직원들과 동부면을 순시하러 가면서, 고현 홍춘식당에서 김밥을 준비해 갔다. 돌아오는 길에 도로변 자갈위에 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그때는 대부분 점심은 굶고 다닐 때였으며, 모두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곳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맛과 재미는 소풍 나온 기분이기도 했다.

추운날씨에 자갈밭에 주저앉아서 김밥을 먹었던 추억이 이곳을 지날 때마다 떠오른다. 이 장소는 현재 구천댐이 생기면서 물속에 잠겼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