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다대교회 목사

거제도의 최남단 위치한 자그마한 다대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벌써 33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살같이 빠른 세월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다 다대교회 첫 부임했을 때의 옛날사진을 보면 나도 이럴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30대의 앳된 청년이었는데 벌써 머리카락 허옇게 휘날리는 60대 할아버지가 됐으니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네요.

지난 30여년 동안 내 나름대로 농민선교 사역을 감당하면서 열심히 뛰어왔는데 돌이켜 보니 세월만 보낸 것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혹 교회를 탐방하러 온 분들이 도시 교회식의 성장 기준으로 질문을 하거나 평가를 하려고 하면 정말 곤혹스럽고 속이 상할 때가 많았습니다.

세속적 가치관의 물량적 성장(物量的 成長)과 한국교회의 '숫자 우상'의 함정을 잘 알면서도 우리 교회의 상황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농촌교회에 가면 얼마나 성장했느냐고 묻지 말고  얼마나 견뎠냐고 물어보라는 말을 떠 올리면서 한 가닥의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 사회의 최고 화두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은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회에서도 '성공적인 목회'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으며, 목회자라면 누구든지 그런 목회를 하고싶어 하지요.

그런데 여러분! '성공적인 삶, 성공적인 목회'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쨌던지 간에 출세하고, 부자돼 잘사는 것을 두고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고, 교회에서는 교인 수와 예산이 많은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성공한 목회라고들 하지요. 그렇다고 하면 농촌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는 평생에 성공적인 목회는 생각해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농촌에서 목회를 하는 한 그런 조건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성공적인 목회라는 단어 자체가 세속적인 관점에서의 용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농촌교회에서의 성공적인 목회를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했던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현 다대교회 전도사로 부임한 지 3년 되던 해였습니다. 그때 저희 교회는 동네 중앙에 위치한 40평 정도의 작은 시골교회로 옛날 재래식 변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화장실을 수세식 변소로 개조하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교회 안에 작업을 거의 마무리할 즈음 정화조에서 나오는 물을 배출하기 위한 배수관을 묻어 동네 하수구로 연결하려고 하자 그 하수관을 사용하는 골목주민(18가정)들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교회 정화조 관을 따로 묻어 사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하수구관은 80㎜ 밖에 되지않는 작은 하수관으로 조금만 비가 와도 막히고 넘쳐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회 화장실 정화조를 연결시키면 가뜩이나 작은 용량의 하수구 관이 막힐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정말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동네 중앙에 위치한 교회이다 보니 동네 밖까지(500m) 하수구관을 따로 묻으려고 하면 공사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경비가 많이 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하수구관을 사용하는 주민들의 가정을 찾아다니며 하수구관을 근본적으로 교체하자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집들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꾸게 될 것인데 현재의 하수구관으로는 불가능하니 하루 빨리 바꾸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협조를 구했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큰둥했지만 하수구가 막힐 때마다 고생했던 주민들이었기에 모두 동의를 해줘 500㎜ 하수관을 묻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4일 동안 18가정의 주민들이 함께 나와 부역을 해 대공사를 마치게 됐던 것입니다.

그때 동네에 나에게 늘 하대하시던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한 분이 "전도사! 니는 여기 있다가 가면 그만인데 말 많고 아무런 유익도 없는 동네일을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노"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에 '동네 사람들이 나를 이방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발령받아 온 초등학교 교사나 공무원들처럼 언젠가 떠날 사람으로 여기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때 나는 "농촌교회 목회의 성공은 동네 주민들로부터 이방인 취급받지 않을 때가 아닐까?"라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됐습니다. 그 후 나는 다대마을에서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사람보기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 보시기에 성공한 목회, 성공한 인생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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