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作(유채·236㎝×172㎝·1970)

김환기 作(유채·236㎝×172㎝·1970)

지난 5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가 사랑한 미술관-근대의 걸작전'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근대미술은 전통적인 수묵화와 일본을 통해 유입된 유화가 점차적으로 확산돼 가는 20세기 초에 시작됐다. 전통회화에서 나타나는 작풍의 변화가 조금이나마 나타나는 19세기를 근대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지만 큰 흐름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만 남겼다.

20세기 초는 국내정세가 굉장히 불안정한 격동의 시대였지만 미술관의 작품들은 따뜻하고 소박하며 지적감수성이 풍부한 조형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에 마음을 꽉채우는 감동이 일어났다.

1913년생 김환기·1914년생 박수근·1916년생 이중섭 등은 그들이 20대 즈음인 1930년대 후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중섭은 자유로운 드로잉이 돋보이는 은지화를, 박수근은 화강암과 같은 질감을 바탕으로 향토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김환기는 백자항아리를 통한 한국적 이미지를 제고했다.

하지만 김환기는 1964년 뉴욕으로 향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라는 직함을 뒤로 하고 선택한 그의 뉴욕행은 도전정신과 집요함에서 비롯됐으나 그는 뉴욕에서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그가 지인의 얼굴 하나하나를, 자신의 생각과 영감을 모아 점으로 찍어가며 완성한 추상 연작으로 수많은 점들이 모여 물결을 치면서 거대한 푸른 세상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그가 빠져들었던 푸른색의 오묘함, 추상이면서도 구상처럼 무언가 이야기하는 듯한 김환기 추상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마크 로스크는 길이가 2m 정도 되는 자신의 큰 그림을 감상할 때도 멀리서 보지 말고 가까이 다가와서 감상하길 권했다고 한다.

그림을 보는데 거리가 뭐 중요할까마는 색면 하나에 깃들어 있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보길 원하는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얼마전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가 85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에 세상이 그의 목소리, 감성 그리고 그의 정신에 점점 열광해감을 느끼면서 고독한 공간에서 그리운 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점 한점을 이루었을 숭고한 의식 같은 그의 작업을 가만히 떠오려 본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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