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미투 캠페인은 SNS에 '나도 피해자(me too), 나도 당했다'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미국 헐리우드의 유명한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배우와 자신의 회사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폭로하며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라고 알린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투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헐리우드에서는 유명 여배우들이 시상식 등에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미투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계·연예계 거물들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는 미투 캠페인과 함께 S검사의 미투 폭로로 시작됐다. 이후 정치계와 법조계뿐만 아니라 일반기업·학계에서도 미투 캠페인에 동참했다. 또 문학계·연극계·영화계·학계·종교계 등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S검사가 쏘아올린 공이 '미투 쓰나미'가 돼 우리사회를 덮쳤다.

A 시인이 계간 '황해문학'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가 뒤늦게 조명됐다. '괴물'이라는 시였다. 문학계의 거목으로 인정봤던 B 선생을 지목하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침묵하던 문단의 "B 시인의 기행과 비행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심지어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라고 꼬집었다.

연극계 거대 권력인 C씨의 성추문도 터졌다. 배우 겸 지방대학의 교수로 근무하는 D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 역시 잇달았다.

그러나 이같은 미투 캠페인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사회문제와 성폭력을 바라보는 인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할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Me Too(나도 당했다)에 이어 #With Yoo(당신과 함께) 응원이 이어졌다. 지역 곳곳에 격려의 꽃바구니가 쇄도하는가 하면 '#Me Too·#With You 등의 피켓을 든 단체연합 회원들이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성추행 진상 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꾸려졌다. 검찰이 민간위원과 성범죄 전문 여검사 등으로 만들어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한다.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조사단을 만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양성의 평등화가 이뤄지는 선진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미투 캠페인은 우리사회 일각의 왜곡된 성의식에 경종을 울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일방적인 폭로전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투 소나기'가 그치고 남은 건 가해자들의 꼼수다. '평생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던 이들은 반성문 쓸 때의 초심을 잃어버린 걸까. 잠잠해진 여론을 틈타 호시탐탐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시작은 떠들썩했던 미투 캠페인의 끝에 가해자들의 꼼수가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의 하나로 '힘파시(himpathy)' 꼽는다. 힘파시는 '그(him)' 와 '동정(sympathy)'의 합성어로 가해자에 대해 소속 집단의 구성원이나 대중의 부적절하고 과도한 동정을 뜻한다.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권위나 경제적 부(富)가 클수록 '힘파시'도 커진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분석했다.

케이트 만 코넬대 교수는 "한 분야의 권위자가 물의를 일으켜도 나중에 끼리끼리 봐주기식 문화가 작용해 제 식구를 감싸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힘파시'는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도 한다. 가해자는 어떻게든 피하고 보자는, 빠져나가고 보자는 미꾸라지 전법을 구사한다. 경찰은 미투 캠페인과 관련해 총 70명에 대한 관련 의혹을 살폈지만 수사 착수대상은 20명 정도라고 한다.

한편 국회에서는 올해 140여건이 넘는 미투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전국 미투피해생존자 연대'의 E 대표는 "정부가 대책마련에 쉬쉬하는 동안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2차 피해만 남았다"며 "피해자들은 인생을 걸고 용기를 내 사실을 알리는 만큼 조속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미투' 캠페인을 접하면서 이 캠페인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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