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3학년인 거제시청소년참여위원회 우경은 위원장

"가만히 앉아서 불평·불만만 하면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청소년들을 위해 어른들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말해주는 거예요. 그래야 청소년들이 살기좋은 거제가 될 테니까요."

최근 6.13 지방선거 거제시장 후보자 3명을 차례로 만난 소녀가 있다. 각 정당 후보자들에게 "공약에서 청소년 정책은 공약(空約)도 없을 만큼 빈약하다"며 쓴소리는 물론, 거제시 청소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제안까지 한 소녀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조차 시장 후보 얼굴을 가까이서 보기 힘들건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시장 후보들도 외면하기 어려웠나 보다.

환히 웃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낭랑19세 소녀 우경은(연초고 3년) 학생. 하지만 그가 염려하는 세상은 여느 어른들보다 진지하고 깊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거제지역 청소년 시설 부족 실정에 대해 얘기할 때는 환히 웃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뭇 진지해진다.

경은 학생은 청소년들을 자치단체 정책 및 사업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해 청소년과 청소년 전문가가 청소년 현안 사항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설립된 거제시청소년참여위원회(이하 청참위) 위원장이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4년 전에 들어간 청참위는 어렸을 때부터 굳건하게 꿈꿔왔던 '방송 PD'에 대한 꿈도 흔들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기구는 청참위가 거의 유일하다"며 "힘든 일 있고, 말 못할 고민이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들어줄게', '내가 정책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생각해볼게' 그 한 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보람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청참위 소속 청소년은 20명 내외밖에 안 되지만 지난해 9월에는 전국청소년참여위원회 워크숍 최우수 참여기구로 선정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상습 우범지대로 지적돼왔던 고현동 계룡중학교 후문 뒤편 등산로에는 정책제안을 통해 CCTV 설치까지 이뤄냈다.

경은 학생은 "4년 가운데 2년은 정책 제안을 어떻게 하고 거제지역 청소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단계였다면 최근 2년은 공부해왔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제는 타 지자체에 비해 평균 연령이 낮은 젊은 도시이다. 하지만 지역의 전반적인 여건을 봤을 때 거제는 결코 젊은 도시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어른과 아이의 사이인 고등학생은 더더욱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며 "요즘에는 중학생들부터 거제에 놀 곳이 없어 부산·대구로 나간다"고 말했다.

경은 학생의 지적은 실제 거제지역 청소년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청참위에서 거제시장 후보들에게 제안한 청소년 정책욕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1215명의 청소년들 가운데 619명(50.95%)의 청소년들이 거제시 청소년 제도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 및 공간 부족이 32%에 달했다. 이 같은 사항을 거제시장 후보들에게도 전달했다.

경은 학생은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소년은 현존하는 미래'라고 말뿐인 시장이 아닌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해 고민하고 시정을 꾸려나가는 시장이 선출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사회, 특히 청소년 문제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경은 학생은 최근에는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에 대해 국정을 운영하는 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은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사전투표일에는 온라인 투표를, 오는 13일 지방선거에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도지사·도교육감 온·오프라인 모의투표가 진행된다"며 "어른들만큼이나 청소년들도 주어진 표 한 장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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