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晩福)
만복(晩福)
  • 김은경 수필가
  • 승인 2018.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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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거제시청문학회
김은경 거제시청문학회

최고의 자산 가치는 건강이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몇년 전부터 족저근막염과 오십견으로 팔을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고 걷기도 힘들었는데 그날따라 아픈 허리가 더 아팠다. 1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늘 어깨와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었다. 아플 때 마다 병원가서 진통제와 물리치료 처방 외는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술을 받아 통증은 완화 됐지만 또다시 아파진다면 업무에 지장을 줄 것 같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 서울로 갔다. 버스안에서 엉치부위와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왔다. 이틀 전 시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MRI와 여러 검사를 했다. MRI기계 안에서 죽을 것같은 공포심과 가슴이 갑갑하고 식은땀이 흐르면서 환자복은 땀으로 젖었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과 한 번에 검사가 끝나야 편하다는 생각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MRI를 찍은 후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상담실 베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의사는 페쇄공포증을 경험한 것 같다면서 주사를 처방해줬다. 주사 맞고 한 숨 자고 나니 안정이 됐다. 난생 처음으로 폐쇄공포증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힘들게 거제서 서울 병원까지 몸을 이끌고 온 나를 스스로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MRI촬영 결과 바로 수술을 해야 된다는 의사의 말에 시술을 하고 수술은 미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MRI사진을 보여주며 터진 디스크를 어떻게 놔두겠냐면서 내일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에서 해야 할 일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입원실로 들어갔다. 막상 입원을 하니 플라시보효과 때문인지 병원에 입원한 것 자체만으로도 허리가 나은 듯이 통증이 사라졌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당장 수술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남편 목소리 뒤에서 딸의 "엄마! 힘내!" 하는 소리가 들였다. 내일이 겨울방학 개학이라 간병인을 두고 마음 편하게 병원생활 할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않고 혼자 병원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안도감에 솔직히 행복했다. 1인실이 없어 간 4인실 병실은 넓고 쾌적했다. 척추 고관절 전문병원이라 같은 수술 환자들이 많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수술 후 조심해야 되는 내용들을 대화하기도 했다. 서로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있기에 공감대가 형성된 탓인지 병실 분위기는 가족 같았다.

문병 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식이나 과일들을 서로 나눠 먹기도 했고 걷기 힘든 옆 침대의 환자에게는 손이 돼주기도 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허리수술을 한 후 입원하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은 무릎 연골수술을 했고, 또다른 분은 허리 디스크수술을 했다. 대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발가락 길이가 짧아서 걷기가 힘들어 수술했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몇달 집과 떨어져 있으면서 느낀 것은 엄마 없이도 가족들은 잘 지낸다는 것이다. 나 없으면 청소며 먹거리를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가족들은 잘 적응하고 잘 해결해 나갔다.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걱정 안시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퇴원하는 날 남편이 왔다. 서울에서 거제로 내려오면서 차 뒷좌석에 누워서 왔다. 가져온 담요와 등받이로 허리를 보강하면서 왔지만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됐다.

사람에게 초년운·중년운도 중요하지만 늘그막에 찾아오는 말년운도 다른 운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는 만복(晩福)을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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