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거제지역 투표용지는 7장. 시의원 '가' 선거구는 투표용지 길이만 30㎝가 넘는다. 학창시절 OMR카드 시험 답안지 만큼이나 유권자 하기도 참 힘이 든다.

6.13 지방선거 거제지역 후보자 등록 현황을 보면 거제시장 후보에 더불어민주당 변광용·자유한국당 서일준·대한애국당 박재행 후보 3명이 등록했다. 도의원은 3개 선거구에 각각 3명의 후보가 등록해 9명이 등록을 마쳤고, 시의원은 5개 선거구에 37명이 등록했으나 무소속 1명의 사퇴로 36명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3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서로 승리를 위해 격돌하고 있다. 거제시장을 비롯해 경남도지사와 도교육감 선거, 비례대표, 도·시의원 선거까지…. 유권자들은 후보자 이름조차 알기 힘들다. 도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고도 불리고 있다. 인물 검증이나 정책 비교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그 대표를 선출하고 국정이나 시정에 참여한다. 주권행사는 유권자인 시민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선거철이면 나타나는 후보별 공약 인쇄물 홍수와 무분별한 현수막에 눈이 피곤하고,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음은 시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선거가 시민의 의무라 생각하기에 묵묵하게 참고 견디고 있지만 우리나라 유권자는 선거투표 때만 써먹는 일회용인지 유권자의 불편함이나 편의는 관심조차 없고 알 권리조차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7번째인데도 유권자들의 편리와 알권리는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떤 시민은 뽑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을 하는가 하면, 뽑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민하는 시민들도 있다.

그래도 이는 행복한 고민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선거공보가 일반인들의 책자형 음성출력이다 보니 선거 출마자들의 공약이나 인물은 판단할 근거없이 누군가가 알려주는 말에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올해 공직선거법이 통과되면서 책자형 선거공보에 음성으로만 출력되던 전자적 표시 방식이, 음성 점자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표시하도록 개선됐다. 하지만 다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 시각장애인에 등록되지 않은 시력이 나쁜 사람들의 알권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문제점으로 남는다.

토론회·대담회는 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의 토론·대담회에 참여하지 않는 후보들의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과태료를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부과하고 불참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다고는 하지만, 토론회 방식에 문제가 있다 보니 후보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나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방송토론위원 주관으로 위임해 실시하는 토론회는 공정성이라도 있다. 각종 이익단체에서 특정 후보와 손잡고 '기레기' 언론까지 동원해 편파성 토론회나 자기 단체의 이익을 위한 불순한 토론·대담회에 후보자들이 참석해야 하는가. 이런 토론회가 유권자들의 알 권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단체나 이익단체에서 하는 토론회나 대담회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토론회 진행과 공정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심사가 필요할 것이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지방선거 TV토론회는 '선거전의 꽃'이라고 할 만큼 의미와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시대 유권자들의 알권리 충족에 가장 중요한 검증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요즘은 TV토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박 겉핥기식 상대 후보 정책 검증보다는 전문가들이 분석한 자료에 의한 심화토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출마자들에게 한말씀 드린다면, '민주주의 꽃' 선거를 위해서는 유권자는 힘들어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선거 유세차량이 교통질서만큼은 지켜줬으면 한다. 후보 인물 현수막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로 게시하는 예의를 갖고 선거에 임해 주길 당부드린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써먹는 '투표 일회용'이 아니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정책 선거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선거기간 동안 출마 후보자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유권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 선거가 유권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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