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선수들의 '히딩크' - 박성근 그린나래FC 감독

"'안녕'을 반복하는 말도, 그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는 것도 좋아요. 그 아이들이 경기에 이기는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다음에 우승할 거야'라고 말하고 '우리 잘했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사)경남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거제시지부의 그린나래FC 축구팀 박성근 감독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감독'이라고 하면 거스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을 떠올린다. 그린나래FC를 이끄는 박선근 감독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거스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과 다름없다.

박 감독은 지난 5월12·13일에 열린 '보물섬 남해 2018 전국장애인 축구대회'에 그린나래FC를 지적장애인부 5인제 리그에 1·2군에 출전시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17명 아이들이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린나래FC는 2016년 이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5인조 클래식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7년에는 3등을 했다.

"말이 축구수업이지 유아·저학년 장애아 엄마들의 잠시 휴식하는 시간동안 돌봄이 역할을 한 것이지요. 그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박성근 감독은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엘리트 축구선수로 활약한 그는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2012년부터 거제에 내려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2014년 거제시생활체육회 체육지도자가 되면서 장애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생활체육회 지도자들은 평소 하루 두 번 학교나 경로당·소외계층·육아복지시설 등에 무료수업을 나가는데, 지적장애인협회 축구수업도 그중 하나였다.

2015년 겨울부터 중·고등부 지적장애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지도하기 너무 힘들어 그만두기도 하고, 다른 지도자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아이들과 정이 들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은 내가 하는 것을 경기장 안에서 따라 합니다. 제가 경기장 밖에서 같이 뛰면서 소리 지르는대로 움직여요.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목이 다 쉬어요."

그는 대회기간 동안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 전 경기를 아이들과 같이 뛴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1군과 2군이 같은 시간대에 경기를 하는 바람에 2군 아이들과는 함께 뛸 수 없었다. 그래서 2군은 14:0으로 대패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감독은 그 후 대회장에게 1·2군이 같은 시간대에 경기하는 것을 피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보면서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났어요. 그러다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순간부터 마음도 편해지고 아이들이 좋아졌어요.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아이들과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지면서 계속 욕심이 생겨요."

경기규칙도 방법도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같이 공감하고 놀아주는 것이라 말하는 박 감독. 그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프로그램 참여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 감독은 젊은 나이에 거제지역에서 장애인 스포츠 활동에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됐다. 그런 그가 마지막 바람으로 지역에 '장애인스포츠재활치료센터'가 꼭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몸이라도 아프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축구가 정착되려면 아직 부족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축구장에 자주 올 수 있어야 하고, 금전적 지원보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사)경남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거제시지부는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활동 저변확대와 우수선수 발굴을 위해 지난해 11월 거제시 발달장애인스포츠 재단(단장 이한근)을 창단했다. 이후 거제시체육회의 지원으로 지역 내 학령기 발달장애 청소년 60명을 대상으로 축구·배드맨턴·농구 등 각 학교의 장애인 도움반 아이들의 어울림 체육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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