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갤러리 안병근 초대전

지난달 25일부터 거제면에 있는 거제갤러리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작가의 기획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거제갤러리는 그동안 지방도시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내실있는 작가를 초대해 작품전을 가졌었다.

지난 3월에 기획됐던 노르웨이 작가 'Ase Berit Skeie ulltan' 초대전이 그랬고, 한국인만큼 한국을 잘 알고 여행의 기록을 유려한 필치와 색감으로 표현한 2017년 히사 겜마의 거침없는 서정성이 그랬다.

안병근 작가는 한때 거제에 머물며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섬에서 섬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는 지극히 사유화된 바다를 통해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그의 바다는 깊고 우울한 색조와 작은 일렁임이 있다. 대양에서 불어오는 거칠고 건조한 바람결에서 비롯된 일렁임은 미세하지만 강한 선묘로 표현되고 있다. 바다를 그린 작품들이 보통은 강한 에너지를 표현하거나 넓고 평온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안병근의 바다는 무심한 일상을 담고 있어 한편으로는 감상자의 외로움을 자극해 어느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 홀로 바닷가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단색조에 가까운 화면은 극도의 미니멀한 형태와 무수한 선묘들로 채워져 있어 그의 상념들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기록돼 있으니 이것은 자전적 서술과 같다. 일상을 기록하듯 작업한 작품들에서 세상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으며 일상의 소박한 표현에서 몇년전 갔었던 장욱진 미술관의 장욱진 화백 작품이 떠올랐는데 표현은 다르지만 시공을 초월한 공감이 느껴졌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원색의 사용으로 현대작품들은 저마다 자신에게만 눈길을 구하고 있어 갤러리에 들어서면 오히려 산만하고 자극적인 이유로 감상의 평온이 깨질 때가 많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표현은 개성의 시대에 당연한 귀결이기에 오히려 안목을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과 작가주의가 강하게 느껴지는 안병근의 작품을 통해 깊이에 대한 경외감과 사색의 즐거움에 빠져 들었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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