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우리에게 귀에 익은 새 소리가 있다.

'뻐꾹~ 뻐꾹~' 여름을 알리는 청아한 뻐꾸기 울음소리가 귀에 아련하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겠지만 40살이 넘는 중년에게는 뻐꾸기시계의 '뻐꾹, 뻐꾹'소리도 친숙하다. 이처럼 친숙히 다가오는 뻐꾸기지만, 내면을 보면 여러 가지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켄 키지(Ken Kesey)의 장편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정신병동에서 억압과 학대를 당하는 환자들 사이에 맥머피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사회 시스템을 부조리한 정신병원에 빗대며 비정상적인 사회상과 가치관의 혼재가 빚어낸 미국 사회를 '뻐꾸기 둥지'로 묘사해 비판했다.

이 소설은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돼 1976년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감독상·각본상 등 가장 중요한 5개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황되고 근거 없는 소리나 다른 이성의 호감을 끌기 위한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는 사람을 '뻐꾸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 불로소득(不勞所得)과 무임승차(無賃乘車) 등 남을 이용해 득을 보려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비유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알려진데로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개개비·멧새 등)의 둥지마다 1개씩 알을 낳아 새끼 키우는 일을 '가짜 어미새'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가짜 어미새'는 뻐꾸기의 알도 제 알로 생각하고 정성스레 품고,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정작 자기 알과 새끼를 밀어 떨어뜨려도 제 새끼로 알고 부지런히 먹인다. 다 큰 뻐꾸기는 둥지를 떠난 후 일주일간을 더 찾아와 '가짜 어미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부정적 의미의 '뻐꾸기'가 인용되는 이유다. 뻐꾸기의 번식기가 시작되는 5월, 6.13지방선거로 후끈 달아오르는 선거판에서도 뻐꾸기와 비슷한 모습이 눈에 띈다.

요즘은 선거도 SNS가 대세다. 그래서인지 후보자들 마다 휴대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밴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원수 집계를 보면 도지사 출마자의 경우, 대부분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밴드회원 수는 보통 1000명~2000명 정도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밴드 가입자 수가 곧, 지지세로 연결되는 것으로 판단해 지인들을 활용해 밴드회원 늘리기에 혈안이다. 자신의 이력과 활동사항을 실시간으로 지지자들과 주위에 알리는데 이만큼 좋은 수단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시시각각 날아드는 밴드 경고음에 밴드를 열어보면 자신이 가입한 밴드 성격과 관계없는 인물들의 게시글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뻐꾸기 둥지'다. 애써 회원을 확보해 만들어 놓은 밴드, 즉 둥지에 다른 후보자의 소식과 홍보글을 퍼 올리는 '뻐꾸기'가 날아 들어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정당 소속 도지사나 시장·군수의 밴드에 광역·기초의원이 알을 낳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곧 러닝메이트 성격으로 일체감을 조성하는데도 한 몫한다. 그러나 정당을 선택할 수 없는 교육감 후보자들의 '뻐꾸기 알 낳기'는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도지사와 단체장 후보자 밴드 마다 교육감 후보를 선전하는 소식이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육을 책임진다고 출마한 교육감 후보자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 다른 둥지에 알 낳기에 열을 올리는 선거운동 모습은 결코 곱게 비춰지지 않는다. 뻐꾸기처럼 이들은 임무만 완수하면 애써 만들어 놓은 둥지를 제집처럼 사용한 후 떠난다. 아니, 떠나기 전에 이미 밴드 밴친들의 시간과 공간, 감정을 이미 빼앗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뻐꾸기 둥지는 없다. 다른 새의 둥지를 제 것처럼 차지했을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에서의 뻐꾸기는 퇴출돼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후보자와 후보자를 돕고 있는 선거꾼(?) 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내가 혹~ 뻐꾸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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