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욱 대우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권병욱 대우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요즘처럼 미세먼지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과 같은 실내에서 생활하고 바깥외출을 꺼리게 된다.

거리에 나와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마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옷과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햇빛에 대한 피부노출이 줄게 되면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최근 의학계에서나 대중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비타민D이다.

과거 1700년대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고 수많은 공장의 굴뚝에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하늘을 가려 피부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의 양이 줄어들어 구루병이나 골연화증의 발병이 증가했다.

이렇게 비타민D가 부족하면 장에서의 칼슘 흡수와 신장에서의 칼슘 재흡수가 감소하면서 혈청 칼슘농도가 떨어지며, 칼슘 농도가 떨어지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부갑상선호르몬이 분비돼 뼈 기질로부터 칼슘을 유리시키고 소변 내 인산배설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소아에서는 구루병을, 성인에서는 골연화증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이차성 부갑상선항진증으로 인해 골밀도가 낮아지고 골다공증성 골절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비타민D 부족은 근육감소증과 근력약화도 초래한다. 비타민D는 근육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고 근육세포를 성장시켜 근육기능을 최대화 하는 동시에 신경근육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근력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균형감각을 좋게 하고 낙상의 위험을 줄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D는 혈압상승과 관련된 '레닌'이라는 물질의 작용을 억제해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염증과 죽상경화의 진행, 혈전생성 및 혈관 석회화를 억제함으로써 심혈관질환이나 말초혈관질환의 발생 또는 진행의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 비타민D의 부족은 당뇨병이나 암, 자가면역질환, 결핵 등의 감염질환의 발생과도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비타민D의 정상수치는 문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혈중 25-하이드록시콜레칼시페롤(비타민D의 활성형) 수치가 30ng/㎖ 이상인 경우를 정상, 20-30ng/㎖인 경우를 부족, 20ng/㎖ 미만을 결핍으로 정의할 수 있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시행한 일부 연구결과를 보면 비타민D의 정상·부족·결핍의 비율이 각각 4.7%, 22.9%, 72.3%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 D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비타민 D는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연령이 낮을수록, 북쪽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비타민D의 결핍을 잘 보이는 경향이 있다.

비타민D의 주된 공급원은 햇빛노출 시 피부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이다(80~90%). 실제 피부에서 생성되는 비타민D의 양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하루 2시간 이상씩 매일 햇빛에 피부가 노출돼야 생리적으로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을 실천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데다가 과도한 자외선 조사는 피부노화나 피부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으로 비타민D를 섭취할 수도 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자연식품은 연어·고등어·청어·정어리 같은 기름진 생선·대구간유·달걀노른자·우유·치즈·버섯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식이를 통해 섭취되는 비타민D의 양은 요구량에 비해 매우 부족한편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비타민D가 강화된 우유나 시리얼·오렌지주스 같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미국만큼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고, 또 비타민D 강화 우유가 소아용 우유만으로 한정돼 있어 식품으로의 섭취가 제한적이다.

비타민D 부족을 개선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로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일일 비타민D 권장량은 성별이나 임신·수유 여부 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하루 800~1000IU의 비타민D 섭취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D 결핍을 치료하는 경우는 1회 이상의 주사제를 통한 비타민D 투여가 필요하고 이후 비타민D 수치의 추적검사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비타민D는 성장기의 아동 및 청소년과 임산부·수유부·폐경 후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층까지도 필수적이지만 결핍되기 매우 쉬운 영양소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영양소 보충을 통한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