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침략' 거제가 위험하다-(중)]조선소 소재 아주·장평지역 현주소
대기측정망 내년 추가 설치…'창원·김해에 밀렸다'
대우·삼성 주변 지난달 5일~17일 57~1㎍/㎥ 차이
아주는 '보통'인데 장평은 '나쁨' 경우 자주 발생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거제지역에 경제적·환경적·지리적 등 전방위적으로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거제시의 경제성장을 일궈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청정거제'와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사업장은 거제 지역을 환경적으로 반 토막을 만들어냈다. 양대 조선소와 거제 대기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면서도 반목과 외면을 일삼은 거제시와 양대 조선소는 시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이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본지는 거제지역의 미세먼지 환경과 양대 조선소가 주변 지역에 환경적으로 끼치는 영향,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대책을 3회에 걸쳐 기획특집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5월 들어 거제의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과 '보통'을 유지해왔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을 유지하던 지난 11일 오후 6시25분께 촬영한 대우조선해양과 아주동 일대 모습
5월 들어 거제의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과 '보통'을 유지해왔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을 유지하던 지난 11일 오후 6시25분께 촬영한 대우조선해양과 아주동 일대 모습

최근 아주보건지소 옥상에서 아주동주민센터 옥상으로 이전한 도시대기측정망은 대우조선해양과 불과 직선거리 3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수십년 동안 거제지역 도심 대기오염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현 위치의 대기오염정보를 확인할 때 나타나는 수치 역시 현 위치가 아닌 아주동 도시대기측정망에서 기록된 수치다. 작은 글씨로 표기돼 있다.

실상 내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이 미세먼지로 가득한데도 아주동이 맑으면 '좋음' 혹은 '보통'의 수치가 나오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명한 날일 경우에도 아주동이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으면 '나쁨'이나 '매우나쁨'이 나오게 된다.

거제시는 미세먼지가 시민들의 인식에 가까워지기 전인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도시대기측정망 추가 설치를 요구해왔다.

시 환경과 관계자는 "대형 조선산업 사업장 두 곳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아주동 뿐 아니라 장평동에도 대기에 대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년 째 요구하고 있지만, 경남도의 예산 문제와 타 지자체는 1곳도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있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경남 지자체 18곳 가운데 도시대기측정망이 설치된 지역은 22곳이지만, 실제 설치돼 있는 시·군은 8곳에 불과하다.

창원시가 8개소로 가장 많이 설치돼 있고 김해·진주시가 각 3개소, 양산시가 2개소가 있다. 거제를 비롯한 밀양·사천·통영시에 각 1개소씩, 군 지역은 하동군이 유일하게 1개소가 설치됐다.

경남보건환경연구원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대기측정소 확충에만 2019년까지 2년 동안 국·도비 22억원을 투입해 올해 고성·남해·함안·함양·거창군 등 군 지역 5곳에 설치하고 산청·합천·창녕·의령군은 내년에 도시대기측정망을 설치한다.

경남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경남도 내 각 시·군에 도시대기측정망이 다 설치된 이후 1순위로 거제지역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8개·3개가 설치된 창원시와 김해시가 내년 우선순위로 추가설치가 확정됐다. 거제시는 2020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2020년도 확답할 수 없는 상태다.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곳은 거제시 말고도 양산·밀양시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주변에 도시대기측정망을 설치했을 경우 그 일대에 얼마나 많은 환경적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삼성 입장에서는 도시대기측정망 설치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설치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세먼지 30~50㎍/㎥를 유지하던 지난 2일 오후 1시27분께 촬영한 삼성중공업과 장평동 일대 모습
미세먼지 30~50㎍/㎥를 유지하던 지난 2일 오후 1시27분께 촬영한 삼성중공업과 장평동 일대 모습

대우·삼성 주변 대기오염 농도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아주동은 도시대기측정망이 설치돼 있어 강제적으로 대기오염 측정농도가 공개됐지만 삼성중공업이 있는 장평동은 그 수치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인구 5만명 당 측정소 1곳의 설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거제지역은 권고대로라면 5곳이 설치돼야 하지만 1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제시는 경남도교육청을 통해 대형 사업장 주변 대기오염 측정을 수시로 하고 있음이 본지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대기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거제시 같은 경우 대형 사업장이 2곳이나 있기 때문에 거제시에서 사업장 내부 측정 자료를 상시적으로 보고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우·삼성중공업 사업장 내부에서도 실시간 대기오염 농도를 측정하고는 있지만 그 자료는 환경관리공단이나 환경부에서 공인된 측정기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며 "삼성중공업 인근에 이동식 도시대기측정망을 환경부 권고사항에 따른 위치에 설치해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지난달 5일~17일 장평동 삼성문화관 주변에서 실시간 대기오염도를 측정했다.

아주동 도시대기측정망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1㎍/㎥(부피 1㎥에 직경 2.5 마이크로미터의 미세먼지가 1개 있음을 나타냄), 많게는 57㎍/㎥ 차이를 보였다. 57㎍/㎥의 차이는 미세먼지 농도 기준인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을 가를 수 있을 만큼 큰 차이다.

지난달 6일 오후 2시 아주동 도시대기측정망은 180㎍/㎥로 매우나쁨 수치를 나타냈지만 장평동 이동식 대기측정망이 같은 시각 140㎍/㎥로 나쁨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후 5시 아주동은 137㎍/㎥로 내려가 '나쁨' 수치로 농도가 조금 옅어졌지만, 장평동은 153㎍/㎥으로 '매우 나쁨'으로 농도가 올라갔다.

거제 전역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았던 지난달 15일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장평동은 오전 5시부터 160㎍/㎥의 수치를 찍으며 매우 나쁨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아주동은 같은 시각 103㎍/㎥에 불과했다. 또 아주동은 오후 6시 268㎍/㎥로 최고 수치를 기록하는데 같은 시각 장평동은 더 높은 278㎍/㎥을 기록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아주동은 '보통'의 기준인 31~80㎍/㎥를 오갔지만 장평동 같은 경우 '나쁨' 기준인 100㎍/㎥ 이상의 수치를 나타냈다. 장평동에 도시대기측정망이 추가 설치돼야 하는 이유다.

왜 조선소 주변 학교 교사차량 도색비 지원했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저감 대책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시 환경과 관계자는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갑자기 높아졌다기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언론에 보도가 많아졌을 뿐, 미세먼지는 이전부터 저감 대책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양대 조선소가 미세먼지 다량 배출사업장이고 자체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 수립 등에 대한 사항을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은 "조선 산업의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절대적인 원인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밌는 건 일부 지역에 양대 조선소가 차량 관리비를 지원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차량관리비가 아닌 주변 학교 장학 사업으로 선회됐다.

A 초등학교 B 교사는 "5년 전 근무 당시 차량 도색비로 지원을 받았는데 현재는 사라진 것으로 안다"며 "영향이 없었으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체가 굳이 지원금을 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대우·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차량 도색비로 지원한 것이 아니라 대형 사업장 주변에서 근무하는 게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양해해 달라는 차원에서 일부 지원이 있었을 수 있다"면서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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