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약사회 고윤석 회장
거제시약사회 '괜찮니?' 배지 달고 '마음돌봄 등대지기' 활동
거제시보건소와 자살예방업무협약 체결

"이제 현대 사회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거제시약사회 고윤석 회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충고했다. 지난달 10일 거제시약사회(회장 고윤석)는 거제시보건소(소장 정기만)와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예방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조선산업의 불황 등으로 지난 2016년 거제시 지역 자살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35.3명으로 전국 25.6명 및 경남 평균 28.1명보다 훨씬 높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자살예방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거제시내 72개 약국 약사들은 자살 예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괜찮니?'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다. 약사들은 '마음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를 발견했을 경우, 거제시정신건강복지센터 사업 소개와 함께 명함을 전달하고 대상자를 연계하고 있다. 이름하여 '마음돌봄 등대지기' 활동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나의 얘기만 하는데 그칩니다."

거제시약사회 회장 3년 임기를 마친 뒤, 다시 3년 임기 중 2년을 넘긴 고윤석 회장은 "그래서 약사는 약을 조제하기 전에 환자의 마음을 들어주는 창구가 돼야 한다"면서 "약국이 단순히 약만 팔고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곳이 되자는 공감대가 약사들 사이에서 형성됐다"고 자살예방업무협약 체결 이유를 설명했다.

약국이 최일선에서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환자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자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신의 건강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약국을 운영하는 고 회장은 특히 "신경안정제 등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정신적인 상담을 먼저 한다"면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전에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그래서 상담이 중요하다"고 상담의 중요성(괜찮니?)을 강조했다.

그는 "보건소는 체계적으로 상담하는 제도가 있지만, 약국은 보건소와 병원보다 문턱이 낮다"며 "따라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앞장 서 상담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누나와 매형이 거제에서 약사와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인연, 그리고 약국을 하는 장상훈 선배 약사의 권유로 지난 2001년에 옥포에서 약국 문을 열었다"고 서울에서 거제에 내려온 인연을 소개하는 고 회장은 "2003년 고현으로 약국을 이전해 지금의 '거제프라자약국'을 운영하는 등 18년째 거제에서 약국을 운영하지만,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자살률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거제시약사회 총무를 시작으로 6년 동안 회장을 하다 보니 모범을 보이기 위해 명절 때 계속 문을 열기도 했지요. 이는 아마 의무감과 사명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상당기간 약사회장의 역할을 맡은 고 회장은 "약사회는 큰 분회가 아닌 직능단체 성격이어서 처음에는 화합 목적이 우선이었다"면서 "이제는 수익보다 사명감이 앞서 약국 종사자들의 출·퇴근 등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도 했고, 공휴일에 번갈아가며 문을 여는 문제도 조정했다"고 그 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약국은 주민들 주변에 가깝게 있지만, 마트가 아니다.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는 게 아니라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자살예방과 관련한 사업을 보건소와 긴밀하게 협조해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2월에 약사회장 임기를 마치지만, 차기 회장도 이 사업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고 회장은 10년 동안 거제대학교 간호학과에서 생화학 분야의 강의를 해오면서 최근에는 경성대학교에서 약국관리학을 강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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