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수필가/거제시청수필문학회
김정식 수필가/거제시청수필문학회

노년은 어떤 삶을 살 것 인가?

나는 몇 십년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고 퇴직하고 나서는 교육이나 상담쪽 으로 공부를 해서 지쳐서 쉬고 싶은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봉사 활동을 하고 싶었다.

몇 년 전 절친이 마음 수련하는 곳을 추천해 줬다. 그러나 나는 대학원 다니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했기에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문득 가 볼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50여명이 강당에 모였다. 대학생들과 어른들 그리고 고등학생이 한 명 있었다.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담배 피고 급우들을 괴롭혀서 학교의 권유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한다.

산파라는 분이 3박4일 과정을 설명해 준다. 철저히 나를 버리고 나를 깨우쳐야 비로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래야 가족이 산다고 했다. 간단한 프로그램이다. 화·몸·춤·힐링 어느 수련이든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다.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지만 몸과 마음을 맡기기로 한 이상 머리에서 부정의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3박4일 세상과 차단된 체 나의 의식 수준을 밑에서 위로 끌어 올리는 고행이 시작됐다. 화물음에서는 나의 마음 밑바탕에 깔아놓았던 문제를 꺼집어 내면서 생각과 사실을 구분 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생각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화가 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단지 화를 어떻게 표출하고 다스려서 아무일도 아닌 일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화날 일 입니까? 모든 것은 나의 생각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그리고 가슴 깊이 숨겨둔 아픈 사연들을 어떻게 품고 어떻게 보내줘야 되는지를 알게됐다.

잘 듣고 합니다.
잘 보고 합니다.
서로 소리내 알리며 해 나아갑니다.

나에게 참으로 와 닿는 말이다. 정확하게, 통째로 잘듣지 못해서 아들에게 상처를 준걸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함 마음뿐이다. 3박4일 동안 나에게는 잠자는 시간까지도 삶의 지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화물음과 춤짱을 통해 마음이 나에게 전하고자 한 물음을 아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가슴 깊이 박혀 있는 사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집집마다 안 아픈 사연 없다고 하더니 정말로 듣고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삶을 살았구나 생각했다.

음악이 울린다.
귀가 아프다.
몸이 움직인다.
나는 춤을 못 춘다.

그런데 바람 든 허수아비 인형 처럼 움직인다. 아무것도 아닌 무지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놀랐웠다. 끝나는 날까지 춘 춤은 내가 51년 동안 춘 춤보다 더 많이 췄을 것이다.

산파라는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분은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라고 했다.

나도 큰사람이 되고 싶다. 삶의 신비란게 뭔지 궁금하고 끝까지 알고 싶다. 가족이 있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같은 마음을 공감하는 공간을 가진 것이 삶의 신비인 것 같다. 딸과 아들도 수련을 보냈다. 어리지만 삶의 신비를 알아 오라고 보낸 것이다.

드디어 딸과 아들이 빨간 양말(?)을 잡아 왔다.
외친다.
하하하!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정말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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