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2017 독서감상문 공모전 중등부 장려 작품
주먹을 꼭 써야할까 - 이남석 作

김주형(거제옥포고 1년)
김주형(거제옥포고 1년)

이 책의 제목은 내게 어서 오라며 손을 흔드는 것만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나는 과연 어떤 깨달음을 얻고 갈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다른 많은 생각들은 뒤로 미루고 서가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들고 대출을 해왔다. 그리고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첫 날, 종훈은 비닐 책가방에 연필 몇 자루만 넣고 등교를 한다. 자신이 일진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종훈은 등굣길 첫날부터 처음 보는 남자에게 걸려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된다.

그 남자는 바로 방과후 활동교사인 택견 사범. 사범님은 종훈에게 약도를 주며 자신의 택견도장으로 찾아오라고 한다. 종훈은 속이 들끓어 올랐지만, 한 번 더 비참한 꼴을 당할 수는 없기에 며칠 후 택견 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사범은 종훈에게 한 달 동안 4개의 과제를 내주고 그 과제를 다 수행하면 다시는 종훈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이때부터 종훈은 사범과 그의 제자인 수정을 만나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차근차근 과제를 수행해 나가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사범님의 말에 투덜대며 인터넷에서 그대로 베끼던 종훈이였지만 사범의 따뜻한 보살핌과 수정의 관심 속에 종훈은 '일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게 됐다. 7년이 지나서도 미처 끝내지 못한 마지막 과제를 하고 있다.

"모범생이 되던, 학교 짱이 되던 모두 인정의 감옥에 갇히는 것은 똑같아. 자기 자신을 찾아서 그 모습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니? 진정한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 인정받아서 무엇하겠니?"

사범이 자꾸만 엇나가려고 하는 종훈에게 해준 수많은 조언 중 하나다. 나는 실제로 '인정'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는 내가 어느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어떻게든 남에게서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고싶어 했다. 어쩌면 남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과정에 익숙해져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공부도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남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잠시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도중 사범이 종훈에게 하는 말들이 마치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깜짝 놀랐다. 사범의 말씀대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진정한 나를 잊은 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냥 내가 내 자신을 인정하고 마음에 들어 하면 되는데, 굳이 남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어 했던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패배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재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자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내 친구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일진인 종훈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해석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나도 책 속의 내용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러한 영향 덕분인지 몇 날 며칠 동안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고 남들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내 모습들을 서서히 찾아가보았다. 그리고 이젠 진정한 내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변화는 거창한 내일의 결심이 아니라, 바로 오늘부터 실행하겠다는 조용한 다짐에서 나오는 법이야. 부디 내일 위대한 너보다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나은 너를 만들기 위해 더 집중해라."

이 역시 사범이 해준 조언이다. 내일이 아닌 당장 지금부터라도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독후감은 절대 보여주기 식으로 쓴 것이 아닌, 나의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써내려 갔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변화의 시작이 조금씩 느껴진다. 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한 움큼의 진심. 그것을 담아놓으니 정말 무게감 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책 한 권이 가져다 준 변화라는 선물에 나는 오늘 또 한 번 감탄한다. 누군가의 관심과 애뜻한 사랑, 공감을 받지 못했던 종훈이가 더 늦기 전에 인생의 멘토를 만나, 이윽고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선생님이 된 종훈이 어릴 때의 자신처럼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왠지 사범의 모습이 겹쳐진다. 나 역시 내면의 흔들림으로 고민하고 있었을 때, 인생의 멘토와도 같은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아직까지 흔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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