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당 정책홍보물 표현에 항의 확산…경남도당은 진화 '진땀'
대우조선 노조 "폄훼표현은 망언…당 차원의 공식 사과" 요구
조선소살리기 경남대책위 "누가 누구를 좀비라고…과오부터 반성"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이 현대중공업과 관련한 유인물을 내면서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좀비기업'(원내)이라 표현해 놓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울산시당이 정책홍보물에서 거제의 대우조선해양과 창원의 STX조선해양을 '좀비기업'으로 지칭해 해당 업체는 물론, 경남지역 노동자와 유권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최근 지역 경제 거점인 현대중공업이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따른 지원에서 제외된 것을 지적하는 내용의 정책홍보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다.이 홍보물에는 '국민혈세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대우조선, STX조선 등) 살리느라 현대중공업은 죽고 있다'는 문구가 제목으로 전제됐다.

정부가 울산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지원을 배제했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한국당 차원에서 발전전략 포함을 요구하며 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한 뜻으로 해석되지만, 이 같은 표현은 이들 업체를 졸지에 '세금 잡아먹는 괴물'로 치부한 것이어서 정부 지원에 대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동조합 관계자는 20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의 이같은 폄훼표현은 망언으로 규탄한다"며 자유한국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과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차원에서 정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며 항의서한 및 성명서 등을 23일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소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이하 경남대책위)는 이에 앞선 18일 오후 '누가 누구에게 좀비라 말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며 반발했다.

경남대책위는 "좀비기업은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파산은 면했지만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명칭하는 기업이다"며 "울산시당의 말대로라면 한국당 김성찬 국회의원이 지난 13일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이어 갈 것을 당부한 것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STX조선을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어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고, 또 좀비기업을 위해 자신이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것으로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팀킬'이다"이라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또 "한국당 울산시당이 좀비기업으로 명명한 대우조선은 지난해 2년치 임금동결을 골자로 하는 임금협상에 잠정협상하며 노동자들이 고통분담에 나섰고, STX조선도 최근 인적 구조조정이 없는 자구계획안 마련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고통분담에 나섰다"면서 "그런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정책홍보물은 경남 지역의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은 외면하고 여전히 기업과 노동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홍보물을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입으로 노동자와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는 것에 대해 웃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이 진정 노동자를 위하는 정책을 하고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고 싶다면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를 현혹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은 시절 노동자를 향한 탄압과 폄하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경남대책위는 "좀비기업이라고 명명한 것을 철회하고, 한낱 홍보물로 조삼모사 하지 말고 노동자를 살리는 정책으로 말하라"며 "이참에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자유한국당은 적폐의 온상이며 그 당의 후보는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당 경남도당은 경남도당은 19일 '울산시당 정책홍보물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시당에서 제작한 정책홍보물에 포함된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즉각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요구 조치를 했다"며 "울산시당이 실수를 인정하고 즉각 배포를 중지, 수거작업을 실시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울산시당은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주장과 의견을 담은 정책홍보물로 인해 대우조선과 STX조선 근로자와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마음을 발표하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조선과 STX조선이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김한표 의원(거제. 경남도당위원장)과 김성찬 의원(진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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