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은 지금 희망퇴직 중인데
정부의 엉뚱한 '조선산업 발전전략'

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정부가 지난 5일 국내 발주 확대 등을 담은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조선시황이 2022년까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5조7000억원 규모 국내발주 확대 등을 지원하고, 연평균 3000여명의 신규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다. 연평균 3000명 신규 채용을 포함한 고용 목표나 장밋빛 업황 전망 등은 아무래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

정부는 이날 발전전략을 통해 "시황 회복을 고려, 대형 3사의 신규 채용을 불황 전 수준까지 회복하겠다"며 '2018~2022년 연평균 3000명 채용'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런 목표를 접한 거제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 실무진들은 대부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2007년 조선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며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한해 최대 400명을 뽑은 적도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한해 3000명을 채용하려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현대조선 등 빅3(대형 3사)가 각각 한해 최소한 700명이상을 채용하고 나머지는 하청업체가 인원을 뽑아야 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현재 업황과 국내 조선사의 수주·생산 능력을 고려할 때 도저히 불가능한 숫자라는 것이 업계의 볼멘소리다. 대우와 삼성 등 대형 조선사는 이미 뼈를 깎는 대규모 인원 감축을 했고 아직도 희망퇴직 등을 위한 잔불이 살아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말 1만3602명에 이르던 인력을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현재 1만226명까지, 3천명 이상 줄였다. 대우조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최대 2100여명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16일부터 29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일감 절벽'에 경영난이 심해지자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총 11개 도크 가운데 3개가 가동 중단된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1000여명에 달하는 유휴인력이 오는 8월이면 2000여명으로 급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과 몸집을 줄여 흑자 구조를 겨우 만들어가고 있는데, 정부가 시황이 바닥에서 조금 회복될 기미를 보인다는 이유로 연 3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일감 부족이 지속되면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 3000명 신규 채용 목표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계산된 것인지 묻고 싶다.

국내 선사들의 발주를 늘리는 방안은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조선업황에 대한 정부의 시각 역시 너무 낙관적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발전전략에서 "2017년 이후 시황 회복 중이나, 여전히 발주량은 부족하고 회복세는 완만하다. 2022년께 과거(2011~2015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추가 구조조정과 함께 시황 회복기를 대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보면 4년 후인 2022년께 시황 회복기 대비 방안의 하나가 '연평균 3000명 채용'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몇 개월 발주 증가 추세만을 근거로 2022년께 과거 '호황기' 수준까지 업황이 회복되리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업황이 기대 수준까지 좋아진다고 해도 이미 앞서 구조조정을 거친 중국·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예전과 같은 비중으로 일감을 따낼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국민괴 기업을 상대로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담보돼야 설득력이 있다.

허풍 떨고 자만하며, 국민과 기업을 상대로 장밋빛 청사진으로 현혹하다가 그 만큼 실패를 경험했으면. 이제는 정신 차릴 때도 됐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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