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 정지원 作
거제신문 2017 독서감상문 공모전 초등 고학년 장려 작품

스르륵 책이 한 장, 두 장 넘어간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지금 '샤워'를 읽고 있다. 가끔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할 땐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집어 소파에 앉아 읽곤 한다. '샤워'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처음에 책 제목이 '샤워'라고 들었을 땐 난 사람이 샤워를 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표지를 보니 바퀴벌레 그림이 있는 것 아닌가! 정말 의아했다. 바퀴벌레와 샤워가 무슨 상관일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이 책의 샤워는 인간들의 샤워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여기서 샤워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늑은 죽기 전, 마침내 거대한 평면에 다다랐다. 그리고 거대한 평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들 사이에서 서서히 숨을 거뒀다.

부드는 죽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부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장 깊은 어둠, 즉 죽음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보다 뚱뚱해서, 부끄럼을 많이 타서, 소심해서 자기 자신을 자꾸 숨기려고만 했던 아늑. 평범했지만 지나친 호기심 탓에 샤워기에 갇혀 버린 부드.

이 둘은 서로에 대한 겉모습의 편견, 그리고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어 주고, 진실된 우정을 찾아 갔다.

그 둘은 비로소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지만, 죽음이란 깨지지 않는 벽이 그 둘을 또다시 갈라놓았다. 거대한 평면에 의해 샤워를 하며 그 둘은 서서히 헤어졌다.

샤워란 가장 깊은 어둠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샤워에서 가장 깊은 어둠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죽음…. 죽음이란 말을 곱씹을수록 두려움은 커져가고 호기심도 커져 간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얼마나 대단하기에 두려움이 호기심이 자꾸 커지는 것일까?

나는 죽음이 인생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제보다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어제보다 내 삶이 더 빛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겐 두렵기만 한 죽음이 나에겐 삶의 원동력인 셈이다.

탁! 이제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다 읽었다. 나는 책을 덮는다. 눈을 감는다. 샤워와 함께 떠났던 여행을 다시 떠올려 본다.

샤워는 정말…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책인 것 같다. 샤워를 책꽂이에 다시 꽂으며 나즈막이 외쳐본다. 잘가 아늑. 그리고 부드.

이수빈(거제고현초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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