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옥 청마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김명옥 청마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공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를 즐겼다.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누구든지 제자로 삼았는데, 이는 모두 삼천명에 이른다.

위기지학(爲己之學)에 따르면, 옛날에는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 오늘날은 '남'을 위한 공부를 한다. 그런 것처럼 오늘날 우리사회는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의 속성은 무엇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싸우고 집에 돌아오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자식인 나를 먼저 나무랐다. 어떤 경우에서도 넓은 도량으로 양보하고, 덕을 키우라는 가르침에서였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더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는커녕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가 하면, 자기 자식을 나무란다고 학교로 찾아와 항의를 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고 폭력을 일삼기도 한다.

이들은 인성보다는 지식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나날이 경쟁사회로 가속화되는 추세다. 아이들이 지녀야 할 인성(人性)보다는 영어·수학을 가르치는데 급급하다. 따라서 열악한 인성교육으로 비롯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수능시험이 있을 때마다 간간이 꽃다운 청춘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교육방식도 어떤 틀에서 벗어나 어떤 변화를 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런 점을 감안해 나는 아이들과 함께 묘와 사당이 있는 중국 곡부(曲阜) 문화답사를 한 적이 있다. 무조건 일등이 돼야 한다는 교육방식 보다 느긋하게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가는 외국여행이어선지 아이들은 마냥 좋아했다. 평소 공자·맹자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호기심이 많았다. 지천명 혹은 이순을 지나고도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열정도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태산을 오르다가 나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를 읊조리며 뜻을 알려주기도 했다. 직접 태산에 오른다는 것에 신이난 아이는 힘든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녔다. 태산은 산이 높아서 명산이 아니라 신선이 사는 산이라 명산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겼던 산이다.

따라서 역대 제왕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 의식을 치렀던 유서 깊은 사당과 사찰, 정자, 비석 등이 즐비했다. 중국인들은 태산에 오르는 것을 평생의 소원이라 한다더니, 가는 곳곳마다 우리는 인파에 떠밀려 다니다시피 했다. 여기저기 기암괴석과 수 백 개의 암벽에 새겨진 글자와 경문, 시문의 의미는 해설가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유교사상의 본질은 효(孝)이다. 부모에게 효를 행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경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요즘 젊은이들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명절에도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제각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 달리 말할 것은 없다. 다만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인(仁)은 인간다움이다. 인간답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공자의 도(道)를 따르며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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