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나 우즈베키스탄 출신 한국엄마

다문화가족은 사전적 의미로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의 남녀가 이룬 가정이나 그런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널리 의미한다. 이 용어는 국제결혼가정·혼혈아 등 인종차별적인 이미지와 그로 인해 유발되는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2003년 건강시민연대가 제안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결혼을 통해 한국인들과 가족·친인척·이웃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으로 약소국 출신이 많으며 한국인과 피부색·언어·자라온 환경·문화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이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같은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이방인처럼 거리감을 두고 있는 주변 이웃들의 시선이다. 거제의 경우도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직까지 이들을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생활 깊숙이 다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지만 실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향한 지역민들의 마음은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마음의 문을 여는데 인색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제시민으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옛 우주베키스탄인, 현 대한민국인 김리나(38·옥포동)씨를 만났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2년 부산에서 선박 관련 수리업을 하고 있는 부모님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 보통 국제결혼의 인연으로 정착한 것과는 다른 경로다.

김씨는 "부모님 일을 2002년부터 돕다 2008년부터 아시아식품 수입사업과 미국·러시아 중계무역상을 하며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거제에는 2014년에 와 올해 5년 째 머물고 있다. 그는 "꿈을 이뤘다"며 "2004년에 처음 거제에 왔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언젠가 살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살고 있으니 꿈을 이룬 거 아니겠냐"고 환한 이를 드러냈다.

김씨가 거제에 살기로 결심한 것은 다문화세대가 살기 좋은 환경 때문이었다. 두 자녀의 엄마인 그가 여느 엄마들처럼 빠지지 않고 챙긴 것은 아이들 교육과 취업이었다.

하지만 그의 자녀들이 처음부터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이라 일반학교에 다니는데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이라 놀림 받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때마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게 최우선이었다"며 "'너는 한국어·러시아어·영어 다 잘하잖아. 1년에 몇 번씩 외국에 다니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네가 대견스러워'라고 말해주니 학교생활도 이제 잘 적응하고 자부심도 높아진 것 같다"며 안심하는 미소를 띠었다.

그는 "내 인생은 모두 아이들 덕분인 것 같다. 아이들이 사는 힘"이라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 역시 거제시민이기 때문에 조선업 경기 침체로 지역경제 바닥민심을 꿰고 있다. 거제에 정착한 이후 조선소에서 일하기 위해 거제대 조선해양공학과를 다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졸업하고 나니 조선 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김씨는 "일할 준비는 돼 있는데 일할 곳이 없는 아픔을 그때 알았다"며 지금은 그동안 모아둔 자금으로 옥포에 지중해식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검은 것이 오면 하얀 것이 오게 돼 있다"며 크게 웃었다. '검은 것이 오면 하얀 것이 오게 돼 있다'는 말은 '지금만 지나면 나중에 좋은 것이 있다'는 우즈베키스탄의 속담이다.

김씨는 "지금 아무리 불경기라 할지라도 곧 좋은 일이 올 거라는 기대감으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 제대로 해 거제에 살고 있는 수많은 다문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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