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맺어지는 관계를 두고 말하지요. 인연은 사람과의 관계 외에도 사물이나 일 사이에도 인연이 있어 내게 맞는 일(사업)이 있고, 집과 사물 또한 내게 맞는 것이 있다고 하지요. 무슨 말인고 하니 세상만사 인연 아닌 게 없다고 하는 것이지요. 2000년전 예수님도 이것을 꿰뚫어 보시고 "나는 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떨어짐이 없다"고 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인연이다"라는 말은 '세상사 모든 일이 하늘의 뜻이다'하는 말과 같은 말이지요. 여러분! 세상을 궁구히 살펴보십시오. 세상에 하늘의 뜻이 아닌 게 어디 있는가 말입니다.

학동거리에 벚꽃이 활짝 피어 너무 아름답습니다. 지난 겨울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추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봄 날씨에 저렇게 벚꽃이 만발한 것은 인간의 노력이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연의 질서대로, 하늘의 뜻대로 진행되는 것이며, 사람의 출생·죽음·만남도 다 하늘의 뜻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란 말이지요.

세상의 인연 중에 인연이 부부간의 인연(만남)이라고 합니다. 지구상 60억 인구 중에 서로 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한 평생을 동고동락하며 사는 딱 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인연을 두고 천생연분(天生緣分), 즉 하늘이 짝지어 맺어준 인연이란 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도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19:6)" 하시며 하늘이 허락한 인연을 소중하게 하라고 설파하셨던 것이지요.

한달 전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교단 선교부장님의 전화를 한 통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선교하시는 주 문홍목사님이 거제도 옥포대첩 유적지를 답사하고자 하는데 좀 안내해 주시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러겠노라 하고 답사 오신 주 목사님을 지난달 26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방문하게 된 동기는 일본 내에 양심있고 뜻 있는 분들 중에 '일본 역사 바로 알기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지난 날 일본이 우리나라 조선을 침입해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했던 그 현장을 돌아보면서 그 역사를 반성하고 일본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여 이 순신장군의 옥포대첩 유적지를 3.26(월)에 방문하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웃나라 일본이 대동아 전쟁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여러나라를 침략하여 온갖 패악질을 저질러놓고도 전범국가인 지난날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부정하고 무시하면서 전쟁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점점 우경화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일본이란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내에 그런 모임이 옥포대첩 유적지인 거제도를 방문하겠다고 하기에 너무나 반가웠으며, 비록 반딧불과 같은 작은 모임일지라도 어두움이 결코 반딧불을 덮을 수 없는 것이기에 이런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식당도 소개하고, 시청 관광과를 찾아 면담도 하고, 거제신문사를 찾아 취재 협조도 부탁을 드리며 정성으로 그 분들을 안내를 했었습니다.

그런 후 지난주 26일 오전 11시에 고등학생부터 노인들에게 이르기까지 일본 곳곳에서 모인 23명이 옥포대첩 유적지를 방문해 일본의 지난날의 역사를 반성하는 집회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 집회 중에 저에게 인사말을 해달라고 해서 저는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저는 오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천생연분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말입니다. 태초에 이 지구가 창조될 때부터 한국과 일본은 이웃하며 살도록 그렇게 허락되어진 인연이요, 이 인연은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해 우리나라나 일본이 사라지지 않은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인연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이런 인연을 허락한 것은 서로 도우고, 화합하면서 상생하라고 허락한 인연이지 서로 갈등하고 분쟁하고 싸우면서 살라고 하는 그런 인연은 아닐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난날 한·일 간에 그런 잘못된 역사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함께 서로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들어 가기를 원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 식 중에 '우리의 소원은 평화, 꿈에도 소원은 평화…'를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식을 마쳤습니다. 참으로 뜻 깊고 감동적인 만남이요, 행사였습니다.

성경에 보면 깨어있는 남은 자(소수)를 통해 하나님은 자기의 역사,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역사를 이뤄가신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의 말씀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작은 모임이 남과 북,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지피우는 그런 불씨가 되고, 그런 인연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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