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거제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대우조선해양이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한다. 세계 조선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난파선이 된 대우조선의 흑자 소식은 지역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매출액 11조 1018억원, 영업이익 7330억원, 당기순이익 6699억원(연결기준)이라고 잠정실적을 지난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2011년 흑자이후 6년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15년 수주 가뭄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는 가운데 한때 법정관리 위기까지 치달았던 회사의 대규모 흑자 기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를 의식한 듯 대우조선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호실적 발표를 앞두면서도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2월 초 연간 실적 보고를 마무리했지만, 대우조선은 공시 기한 종료 10여일을 남기고 이렇다 할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조선 대형3사 가운데 대우조선만 발표가 늦어진 것과 관련 "대우조선이 지난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자체 계산 결과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던 것 같다"며 "지난해 경영 목표치에도 미달한 회사가 어떻게 타사보다 월등한 실적 보고를 할 수 있겠느냐는 딜레마 때문"이라는 금융·업계 관측도 나왔었다.

조선산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향후 일감을 나타내는 지표인 수주 실적이지만, 대우조선은 지난해 29억4000만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55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목표치에 15억6000만달러 미달한 성적이다. 지난해 단기 이익은 냈지만 창고에 앞으로 먹을 곡식을 제대로 비축해 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이번 흑자는 경영성과가 아닌 재무적 효과일 뿐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조선업계에서는 실제 발생 원가와 총 예정 원가의 비율로 공사 진행률을 따지는 '투입법'이라는 계산 방식을 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3년~2015년 여기서 분모가 되는 총 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여 공사 진행률을 높게 산출하는 방식을 동원해 5조원대의 분식을 자행,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임 임직원이 대거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탓에 크게 늘어난 이익이 갑작스레 발표되면 대우조선이 수년간 홍역을 치렀던 분식회계 논란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자구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한 효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의 결과로 얻게 된 흑자라기보다는 7조원의 공적자금 투입과 8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환입시킨 재무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흑자는 자신들의 순수한 노력에 의한 영업이익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금융기관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파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금융지원 등을 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도 있다. 대우조선은 회사를 살린다는 이유로 자산매각은 물론,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 및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단계별로 1만5000여명을 거리로 내몰며 지출을 줄였다. 여기에다 회사가 파산지경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 공헌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지원도 있겠지만, 근로자들과 지역사회의 아픔을 딛고 흑자로 전환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저 흑자전환이라고 우쭐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대우조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금융논리만 내세우는 덩치 큰 공룡보다는 건강하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우조선은 제대로 된 수주와 함께 제대로 된 흑자를 이루면서, 가슴 아팠던 근로자들을 다시 보살피려는 노력을 해야 할 빚과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거제지역 사회도 챙겨야 한다.

대우조선이 환하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흑자 공시와 함께 축하받을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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