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오해 피하려 과도한 여성 경계 분위기에 '머쓱'
"이것도 '미투'가 되나" 은근히 빈정대기 일쑤

#1. "합의 하에 악수한 겁니다" 악수와 함께 안부 묻는 게 자연스러운 정치인이 행사장에서 다양한 시민들과 악수를 하던 중 여성인 시민 A씨와 악수하면서 동시에 튀어나온 말이다. 정치인과 악수한 A씨는 '악수'를 성폭력에 간주한 정치인의 의식에 "미투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고 힐난.

#2. "이것도 미투가 되나?" 선배 공무원이 머리에 변화를 준 여공무원 B씨에게 "어려 보인다. 더 예뻐졌다"고 말하다가 "아, 이것도 미투가 되나?"라 말해 B씨는 되려 "미투의 의미가 훼손됐다"고 지적.

#3. "너랑은 안 가." 남자상사 2명과 여직원 C씨가 1박2일 서울 출장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C씨에서 남자동기가 가게 돼 이유를 묻자 상사가 한 말이다. C씨는 "업무장벽이 또 하나 더 쌓였다"고 토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일상에서 벌어지던 성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성폭력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일상생활에서 의도적으로 '미투'를 언급해 또 다른 가해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미투'의 본질적인 의미보다 장난으로 넘기려는 식의 태도도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문화행사에 참석한 A(30·옥포동)씨는 "선거철이다 보니 정치인들이나 정치희망자들이 동네 곳곳에 나타나 인사를 건네는데 남자들과는 인사할 때는 아무 말을 않더니 내 앞에서 손 내밀며 불쑥 '미투'를 언급했다"며 "불쾌하면 손을 내밀지 않는 걸로 의사를 표명할 텐데 굳이 '미투'를 언급해 순간 내민 손이 민망해졌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이 같은 경우는 발생했다. 머리에 변화를 주고 출근한 B씨는 남자선배 공무원이 머리변화를 발견하고는 "어려 보인다, 예뻐 보인다"를 연신 말하다가 "아, 이것도 미투가 되나?"라고 해 감사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자리로 갔다고 밝혔다.

B씨는 "평소 스킨십이 잦은 본인의 행동은 반성할 모양새를 전혀 보이질 않고 괜히 '미투' 언급하며 생색내는 게 더 화가 난다"며 "'미투'의 진정한 의미는 생각지도 않고 장난 식으로 얼버무리려는 태도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에 근무하는 C(27)씨는 1박2일 출장에 갈 예정이었지만 남자동기와 교체됐다. C씨는 "갑자기 바뀐 이유가 뭐냐고 묻자 '너랑은 안 가'가 끝이었다"며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청 5급 남성 공무원은 "평소 언행을 조심했다고는 하지만 더 조심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회식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좋은 분위기에서 성적 농담이 오갔다 해도 여 공무원이 불쾌할 수도 있으니 자리를 당분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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