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費用·cost)이란 물건을 사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돈을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 것은 비용으로 환산된다. 그런데 요즘 교과서에도 없는 비용에 대한 신조어가 등장한다.

'멍청비용'이라는 게 있다. 내가 바보짓을 해서 날려버린 비용이다. 영화표 예매해놓고 날짜를 착각해서 못쓰게 된 티켓,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춘다는 게 오후 6시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 날린 택시비, 마트에 물건사려 가서 정작 필요한 것은 빼먹고 충동구매로 다른 것만 잔뜩 사와 뒤 늦게 후회하는 이런 것들이 다 내가 멍청해서 지불한 멍청비용이다.

'쓸쓸비용'은 뭔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자 지불하는 비용이다. 혼자서 밥 먹는 게 싫어 친구를 불러내어 사준 밥값, 밤에 혼자 있으려니 잠이 오지 않아 치킨을 배달시켜 마시는 술값, 시간을 죽이려고 혼자 영화 보러가서 지불한 비용 등이 다 여기에 해당한다.

그 중에 단연 압권은 '홧김비용'이다. 남편하고 다투고 나서 홧김에 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평소에 비싸 망설이던 물건을 확 다 사버리는 아내, 직장상사에게 스트레스 받고 그날 저녁 동료들 데불고 술집에 가 통 큰 술값을 계산하고 아침에 술 깨고 후회하는 직장인의 경우가 홧김에 지불한 비용이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71%는 자신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돈을 낭비한 일이 있으며(멍청비용), 81%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 때문에 돈을 지출(쓸쓸비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80%는 스트레스로 인해 홧김에 돈을 써보았다고 했다(홧김비용). 그런데 이런 비용을 한마디로 나타낸 말이 '시발비용'이다. '시발'이라는 자조적인 욕설을 '비용' 앞에 붙이므로 심리상태를 극대화한다.

비용이란 지불하고 행복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들은 행복한 비용이 아니라 쓸데없이 돈을 썼다는 후회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이런 비용을 때로는 나를 위한 보상비용, 즉 힐링비용으로 계상하면 훨씬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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