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취재】 연초·고현·수월천 잇따른 물고기 폐사
하류에서 상류까지 전 구간 걸쳐 숭어 등 드문드문 폐사체 투성이
거제시 "연중 행사…중독물질 없고 용존산소량도 충분 '원인 불명'"

매년 2∼3월이면 거제지역 하천에서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고현천 물고기 폐사 모습.
매년 2∼3월이면 거제지역 하천에서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고현천 물고기 폐사 모습.

지난달 23일 오후 거제신문에 시민으로부터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덕산베스트 2차 아파트 앞 데크로드에서 보이는 수월천에 숭어 100여마리가 폐사해 있다는 것이었다.

본지 취재진은 즉시 예인유치원 앞 수월천에서부터 덕산베스트 1차아파트앞 연초천을 지나 하천변 데크로드 주변 하천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폐사 물고기를 수거해서인지는 몰라도 강가에 집단 폐사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 미터 간격으로 죽은 숭어가 보였다. 강가는 물론 강 속에도 죽은 물고기가 드문드문 보였다. 육안으로 확인된 것만 50여 마리에 달했다.

다리 한 곳 아래에서는 오리들이 폐사 물고기를 뜯어먹는 서글픈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물고기 폐사는 당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리들이 폐사물고기를 먹으러 가고 있다. 원내는 폐사한 숭어
오리들이 폐사물고기를 먹으러 가고 있다. 원내는 폐사한 숭어

최근 또는 오래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등 폐사 상태가 각각 달랐다. 대부분 숭어였다. 연초천과 수월천이 합쳐져 바다와 합류되는 지점 끝자락인 신오1교까지 가다 보니 삼성중공업이 바다건너로 보였다. 신오교 앞 한 빌딩 건너편 하천 합류지점 하수구는 오염수가 그대로 흘러드는 현장도 목격됐다.

이곳에서 만난 70대쯤으로 보이는 한 주민은 "오래전부터 강가에 물고기가 간간히 죽어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물고기 폐사에 익숙해 있는 눈치였다.

취재진은 다시 신오교를 지나 강 건너편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신오교를 건너면서도 강바닥에 죽은 물고기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것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탓에 강에 유입되는 일부지역의 하수는 깨끗했지만, CU연초강변점 주변에서 유입되는 하수 수질은 언뜻 보기에도 불량한 것으로 보였다.

강변을 따라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어 엉망인 하천관리 실태를 엿볼 수 있었다. 취재진이 강을 따라 연초면 소오비 작은예수의집까지 거슬러 올라갔지만 상류인데도 불구하고 죽은 숭어가 계속 발견됐다.

숭어의 사체는 오래된 것과 최근인 것이 뒤섞여 있어 물고기 죽음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진이 이곳까지 오면서 곳곳에서 발견한 폐사 물고기 수는 줄 잡아 100여 마리에 달했다.

신문사로 복귀하는 길에 고현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고현천을 취재하면서, 이곳에는 숭어가 아닌 다른 작은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죽기 일보 직전에 물위로 입을 내밀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물고기도 있었다.

거제시민 A모씨(여.52)는 "거제지역 하천에서의 물고기 떼죽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수년전부터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서 "시는 물고기 폐사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채, 수온과 수량부족 탓 등으로 돌리며 수수방관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취재진이 거제지역 하천에서의 물고기 폐사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본 결과, 2010년부터 2~3월께만 되면 물고기 폐사가 연중행사처럼 일어나고 있어 계절적인 부분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도 외면할 수 없었다. 더욱 해괴한 것은, 지난달 28일 걸려온 제보 전화에서 "죽은 숭어가 너무 많아, 일부 시민이 그릇에 담아 집에 가져가 요리해 먹는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현천에서 숭어가 떼죽음을 당했다.(사진제공=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고현천에서 숭어가 떼죽음을 당했다.(사진제공=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폐사 심각성 알려

본지 취재가 있은 지 며칠 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거제시는 고현·연초·수월천 물고기집단폐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환경련은 "고현천에서 수백마리의 물고기가 죽어있다는 제보가 2월 초부터 시작돼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연초천과 수월천의 물고기 폐사 제보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5차례 현장 조사결과, 고현천 하류부터 고현수협까지, 연초천 하류부터 연초다리(MP다리)까지, 수월천 하류부터 시보건소까지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물고기는 대부분 숭어로, 어린 숭어부터 성어까지 다양했으며 감성돔도 성체도 일부 확인됐다는 것이다.

환경련은 이어 갈매기와 왜가리·까마귀 등이 떼로 몰려다니며 사체를 먹어치우고 있는 모습도 발견됐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본지 취재과정에서도 발견된 내용이다.

현재 3개 하천 하류에는 대규모 고현만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하천은 겨울철 가뭄 등 갈수기로 유수량이 굉장히 적고, 하천 전체가 악취가 나고 부유물질 등으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련은 물고기 집단폐사 원인으로 △강추위에 따라 얼어 죽음 △유량부족과 오염으로 인한 용존산소 부족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경우 △기름 등 오염물질 유입 △고현만 매립공사 부유물질로 인한 흡착물질 아가미 부착으로 인한 호흡곤란 △기타 오염물질 유입 등 여러 가지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현천·수월천은 여름철마다 악취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면서 "악취 원인은 하수종말처리장 용량을 초과해 허가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에서 자체 정화한 하수 최종방류수가 직유입되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환경련은 특히 "고현천에는 '횟집을 습격하는 수달' 로 유명한 수달가족 3~4마리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수월천 고현천 일대의 수달도 배설물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심각하게 오염된 하천을, 물고기와 수달이 살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환경련은 이를 위해 "거제시는 고현천·연초천·수월천의 수천마리 물고기 집단폐사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수질검사, 오염원 추적, 어병 여부 등 종합적인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하천변에 숭어가 죽어 있다(사진 왼쪽). 오염된 하수 유입 장면(사진 가운데)과 쓰레기가 뒤범벅 된 하천변.
하천변에 숭어가 죽어 있다(사진 왼쪽). 오염된 하수 유입 장면(사진 가운데)과 쓰레기가 뒤범벅 된 하천변.

거제시 "외·내관상 이상없고, 병원균도 불검출 '원인불명'"

거제시 관계자는 "2월 이후 물고기 폐사신고가 계속 들어와 하천순찰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환경과·어업진흥과 공동으로 폐사 물고기를 수거한 결과 여러 자루를 수거했다"고 말했다.

이어 "폐사 물고기를 수거해 남해수산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외관과 내관상 이상 소견이 없고, 바이러스 등 병원균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현재 거제지역 하천 수질 등을 검사해 보면 중독물질이 있거나 용존산소량도 적지 않은 상태다"면서도 "다만 겨울철 가뭄 탓에 하천 수위는 낮은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제지역 하천의 물고기 폐사는 매년 2~3월에 일어나는 등 계절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폐사지역 하천에 화학물질 등 다른 특별한 오염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서식환경에 따른 부적응 등인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여 낙동강환경청과 기타 기관에 보고와 함께 조사협조 의뢰 등을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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