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거제시립박물관 들어서는 '둔덕면'…어떤 역사 지녔나②]
고려사와 자연…사람과 문화 잇는 16km 장거리 코스
둔덕 중심 고려촌 역사…미처 몰랐던 고려사도 쉽게 이해

고려시대 왕실 사료가 남아 있는 거제시 둔덕면에는 희소성 있는 고려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길이 있다. 사등면 오량성을 시작으로 둔덕면 옥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역사와 자연이 이야기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량성·둔덕기성·둔덕농촌체험센터·청마생가·산방산비원 등 고려촌 문화체험길을 따라 고려의 옛 역사를 둘러본다.  <편집자 주>


"둔덕기성을 아시나요?"

고현동에서 10명의 시민에게 물었다. 6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중 1명은 둔덕기성 이름에서 둔덕면에 있는 성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둔덕기성을 안다고 대답한 6명에게 둔덕면이 고려시대 의종이 잠시 유배했던 곳인 줄 아느냐에 질문에는 겨우 1명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희소한 고려 역사의 유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고려 의종

거제도는 예부터 유배의 땅이었고 곳곳에 많은 역사와 이를 아우르는 문화와 이야기가 있다. 제주도는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역사뿐 아니라 조선시대 유배의 역사도 관광자원으로서 활용하고 있지만 거제는 일부 역사연구가와 지식인들이 유배문학에 관심을 가질 뿐 행정 차원에서는 미비한 실정이다.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거제시에서 지난 2011년부터 조성해온 '섬앤섬길'은 그나마 역사와 자연, 문화를 녹여내려 노력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옥포~장목면 대계마을을 잇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첫 승전지인 옥포대첩과 연결해 조성했고 사등면 오량마을~둔덕면 산방마을을 잇는 '고려촌 문화체험길' 역시 고려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조성했다.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방문객 수도 많지 않고 거제시민조차도 잘 모르지만 적극적 홍보와 주변 고려역사와 연계해 관광개발이 이뤄진다면 또다른 관광자원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사·문화자원과 이야기 풍부한 체험길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거제시 관광안내소~둔덕기성~청마유치환 생가~옥동마을을 통과하는 약 16㎞의 장거리 코스다. 소요시간은 8시간 정도.

이 코스는 둔덕기성을 중심으로 의종이 폐위돼 경주로 옮겨갈 때까지 유배생활의 터전으로 고려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다. 둔덕농촌체험센터·청마 유치환 생가·산방산 비원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품고 있다.

거제시 관광안내소에서 시작되는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109호로 지정돼 있는 오량성이 먼저 탐방객을 맞는다. 성안에는 마을을 이뤄 오랜 역사와 더불어 성과 함께 삶을 이어온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성내마을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기존 임도를 따라 3㎞ 정도 걷다 보면 둔덕기성에 이른다. 둔덕기성은 경상남도 509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문화재다. 삼국시대 때 지어진 이 성은 고려 무신정변으로 폐위된 의종이 3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으로 폐왕성이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유적지다.

성안에는 건물터와 연못터가 남아있고, 오래된 고목들도 즐비하게 자라 아픈 역사의 산증인처럼 우뚝 서있다. 성터 정상에서의 모습은 장관이다. 거제의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진 천혜의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지현(56·옥포동)씨는 "둔덕면에는 청마들꽃축제 때나 거봉포도 사러 오는 길 아니면 1년에 1·2회 발길이 닿지 않는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섬앤섬길 소개에 따라 길을 걷고 있는데 거제의 아름다움을 거제시뿐 아니라 거제시민도 잘 모르는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둔덕기성 정상에 올라 동문지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아랫마을을 구경해보고 서문지에서는 통영과 거제의 다도해를 보며 한순간 고려시대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이가 돼보기도 하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기도 한다.

둔덕기성을 나와서 임도를 따라 걸으면 둔덕면 방하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가을철만 되면 5만평의 들판에 청마들꽃축제가 열리고 늦여름~가을에는 거봉포도 사고 파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또 한국근대 문학사의 거목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어 청마의 아름다운 시풍을 감상할 수도 있다.

청마 유치환 생가에서 마을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신비한 숲속에 자리한 산방산 비원을 만난다. 산방산 비원은 온갖 야생화와 희귀식물이 어우러진 수목들의 천국이다. 신비한 비밀의 정원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마시며 풍류를 즐겨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산방산 비원을 지나 거제시 11대 명산 중의 하나인 산방산 등산코스와 마주하면 바야흐로 16㎞의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끝을 맺는다.

고려촌 문화체험길과 거제시립박물관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16㎞라는 긴 구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자연이 풍부한데다 길도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6구간으로 조성돼 있어 어떤 이야기를 듣고 보고 싶으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고려촌 문화체험길과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이다. 거제시립박물관이 권민호 시장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추진이 되고 있으나 둔덕면민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부지매입까지 완료했음에도 공사비와 관련 국·도비 확보가 안 돼 공사에 부진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둔덕면민들은 고려촌 문화체험길과 거제시립박물관, 청마 유치환 생가를 잇는다면 둔덕면이 문화역사관광자원으로 부상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둔덕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고려촌 문화체험길이 잘 조성돼 있지만 그와 연계한 관광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둔덕면에 가장 어울리는 개발은 아스콘이 쏟아지고 자연과 문화가 파괴되는 그런 개발이 아닌 자연친화적이고 문화가 어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둔덕기성부터 고려인들이 몰려 살았던 마을 재구성과 고려유배문학공원 등을 조성해 전국에서 가장 특별한 옛 유배지이자 관광지로서의 발전은 무한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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