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거제시가 양대 조선산업의 불황을 탈피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산업에만 매달리다 보니 파고가 닥쳐왔을 때 탈출구가 없는 문제점을 발견한 거제시는 뒤늦게 관광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개발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무분별한 관광개발 및 관광산업 유치 등에 따른 특혜시비는 물론, 자연환경 파괴 등 각종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시대 유배지·충무공 이순신 승전지·6.25전쟁 흥남철수작전지 등 역사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는 섬 거제는, 관광에 이러한 역사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관광에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지어 본다면, 관광산업에 역사의 숨결이 젖어 들어 있어야 하고 그 역사에는 민족의 혼(魂)이 담겨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거제시민들이 먼저 공감하고, 공유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장기에 자연스런 역사 등 교육환경이 제공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거제시는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지난 3월 1일에 전국적으로 3.1만세운동이 재현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태극기를 들고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웠다.

때를 같이 해 전국 도시마다 노·장년층은 물론, 학생들까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3.1만세운동의 중요성과 민족 정체성을 찾는 모습이었다.

매년 열리는 행사였지만, 촛불민심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처음 맞는 3.1절이어서 그런지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 같은 전국적인 분위기와 달리 거제시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차원의 기념행사만 단촐하게 열렸을 뿐, 거제시는 이 마저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제시는 도대체 어디 다른 나라에 속해있단 말인가.

1919년 외침에 항거해 일어났던 아주(거제)지역 독립만세 운동을 기념하고 시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아주4.3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가 매년 4월에 열리기는 하지만, 국가적 기념행사인 3.1절 행사를 거제시와 거제교육계만 외면하는 이유는 정당화될 수 없다.

지난 설 연휴에도 거제지역에서는 우리 민족의 명절 민속놀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전국 각 지자체들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가 되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 체험마당을 앞 다퉈 운영한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명절 연휴에 관광지를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민속 체험 행사를 마련하기도 한다.

제기차기·윷놀이·투호·굴렁쇠·활쏘기·팽이치기·비석치기·고리던지기·말뚝이 먹이주기 등 각종 고유의 전통놀이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명절 연휴만이라도 인터넷 문화를 탈피해 민속 문화를 알려주는 교육적인 측면도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이러한 특색있는 행사를 개최하며 앞 다퉈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거제시는 행사를 준비하기는커녕 어디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 지 집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실상이다.
거제지역 역사에 대한 집대성 및 재조명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이 제각각이고, 의견도 분분해 이를 통일시켜 정립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민족과 지역의 혼(魂)은 그 민족·지역만이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고유의 정신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공동사회체제에서 사회인이라는 인격체로 문화와 역사라는 인류학적 유산을 도시에서 만들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풍습 등 인간이 사회의 공동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의 총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역사에 기초한 그 문화는 바로 도시라는 사회적 장소를 발전시키고 인류문화의 흥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조선산업도시였던 거제시가 민족의 혼이 접목된 문화를 창출하며 관광산업에 접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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