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927)

고독한 시대이다. 번잡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시계의 부속처럼 달려야 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는 고립은 퇴근 후에는 더욱 그를 외롭게 만든다.

현대사회의 속성을 북유럽 화가 뭉크는 '절규'를 통해 인간 소외와 그로 인한 고독으로 표현했다.

종업원조차 없는 '오토마트' 삭막한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나누는 그림속의 주인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초상인가? '혼밥·혼술'이라는 슬픈 유행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사회도 이제 절대고독에 익숙해져 가는가.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리얼리즘 작가이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의 로버트 헨리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1906년 스물네 살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1910년 귀국했다.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했고,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호퍼는 대도시 사람들의 고독을 즐겨 그렸다. 작품 속의 도로나 길·지붕·주유소·레스토랑·버려진 집 등을 우울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빛 속에 묘사했다. 자연 혹은 인공적인 환경 속의 현대인이라는 주제에 극단적으로 초점을 맞춰 가끔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아픔을 잘 대변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팝아트, 신사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퍼는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훌륭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면 세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구현된다. 자신의 작품이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프로이트와 무의식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2층의 햇살' '이른 일요일 아침' '도시의 아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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