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영 수필가/거제시청문학회원
박효영 수필가/거제시청문학회원

취업에 대한 고민과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여유, 대학교 캠퍼스에서 느껴지는 젊음의 신선함을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욕심에 나는 7년 간의 대학교생활을 보냈다.

물론 대학교에서의 세계와 직장에서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생활은 너무나 다르지만 살아가는 28년 동안 가장 좋은 어른들을 7년 간의 대학교 생활에서 만나왔다는 사실에 아직도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그분들이 너무나 그립다.

사학과 전공수업시간이었다. 도진순 교수님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이시며 역사교과서 편찬위원회와 우리나라 백범 김구 학에 대한 저명한 인사셨다. 도 교수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굉장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셨다. 어느날 수업의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이 거침없이 쏟아낸다.

"교수님, 이렇게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듣기 거북할 수도 있었다. 교수님은 종이에 하나하나 다 받아 적는다.

교수님은 늘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다. 마지막 수업을 듣고 나오는 날, 얼마나 슬프던지 나는 그 날의 감정과 생각들을 일기장에 빽빽이 적어 두었다.

무역학과 관세법 교수님 역시 잊을 수 없는 좋은 분이셨다.

교수님은 한때 관세청 공무원이셨는데 젊은시절부터 늘 야간 대학원을 다니시면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이제 막 햇병아리 사회인이 된 나로서는 퇴근 뒤 내 몸 하나 추스르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무역학과 교수님은 항상 공부하는 삶을 강조하셨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다듬어나가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학생들이도 늘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또한 교수님은 그만큼 학생들을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셨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좋은 어른들을 나의 롤모델로 삼는 일은 더 없이 가슴벅차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가 가면 갈수록 더 깊어지는 고민은 '나는 과연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을까'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경험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부끄러운 과거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늘 후회와 죄책감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에 미칠 때, 나 역시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찬 28년이었다. 그 모든 부끄러움과 죄책감 속에서도 불구하고 세상과 상호 교환하면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가장 좋은 실천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업무를 통해 배워나가는 어른의 삶, 이 모든 과정들을 어떻게 하면 잘 상호 융합 시키면서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하루하루 나에게 숙제와 마찬가지다.

아직 햇병아리 어른이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 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가 됐을 때,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지혜와 깊고 넓은 가슴을 지닌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나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에게 강요하고 윽박지르고 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는 건 슬프기 그지 없다. 나는 항상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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