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2017독서감상문 공모전 중등부 장려 작품]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오오타 야스스케 作

최연희(지세포중 3학년)
최연희(지세포중 3학년)

책 표지부터 강렬했다. 시선을 끌게 했고, 책장을 넘기게 했다. 붉은색으로 적혀진 죽음의 땅일본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이라는 한 문장만을 통해서도 벌써부터 그 고통이 느껴지는 듯하였으며 입은 통조림에 정신없이 매료되어 있었지만 눈물 맺힌 두 눈은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채로 카메라를 빤히 보는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듯 했다. 그 안쓰럽고도 애절한 두드림에 응한 나는 서둘러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첫 장을 펼친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물음표, 그리고 침묵이었다. 글이 가득해야 할 페이지가 한 장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왼족 밑 언저리 조그맣게 적혀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문구가 벌써부터 나를 먹먹히 만들었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6번 국도를 터덜터덜 걷고 있는 개를 만났다.” 한 장 두 장 넘기기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확신이 들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이기심에 의해 일어난 일은 동물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 물론 인간도 아픔을 겪었다. 내 말은 아픔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도망친 인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더 큰 아픔을 겪은 건 아무 죄 없는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아이들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다. 원래의 공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실 물이 있었고, 먹을 것들이 잇었다. 스스로 원래의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와 하루라도 더 살아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에 나오는 인간과 함께 하던모든 동물들의 공통점은 기다림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주인이 돌아와 그리움으로 어루만져주고, 반가움으로 환히 웃어줄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정말 기다리기만 하였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스스로 목줄을 끊지 않았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엉덩이를 떼지 않았으며 마지막 주인의 발걸음이 향했던 입구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책을 읽으며 이미 지난 일이고 소용이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마음속으로 크게 울부짖고 있었다. 제발 이 끔찍한 곳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달라고,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다가 천사가 되어달라고 바라고 또 바라였다.

이 책을 처음 만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족히 5번은 읽어온 것 같다. 읽을 때마다 이유 모를 화가 났고 너무나도 안타까웠으며 슬픈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의 쓸쓸함이 가득 찬 얼굴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바뀌어 있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변화된 건 없었으며 여전히 안쓰러운 그들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제껏 접한 동물들의 이야기 중 대부분은 학대나 실험과도 같은 끝이 끔찍하고 암울한 죽음인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우리 모두가 주인인 이 땅, 지구의 주인은 오직 인간뿐이며 당연히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이러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의마인드가 점차 바뀌어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이 억울함을 씻어내고 어여쁜 별이 되어 밤하늘 가득 빛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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