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어릴 때 시골에 살면서 겨울에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홍시와 고구마 외는 없었다. 아버지의 4촌·6촌 등 친척들이 의논해 새로 땅을 물색해 만든 달랑 7채의 '새 동네'였지만 감나무는 필수였는지 집집마다 감나무는 있었다.

여름 아침에 일찍 나서면 하얀 감꽃이 더러워지기 전에 주울 수 있었고 새끼에 꿰어 목걸이처럼 하고 다니면서 빼어먹었다. 단감은 없었고 모두가 떫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너무 떫어서 그냥 먹을 수는 없다. 소금물에 담아서 먹든지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 집은 그런 여유가 없었던지 감을 담지는 않았고 떪감을 다락에 보관해둬서 홍시가 되기만 기다렸다. 제대로 된 홍시는 얼마나 맛있는가? 지금도 내게 홍시보다 더 맛있는 것은 없다. 아무리 산해진미를 갖다줘도 겨울에 언 손을 호호 불며 말랑말랑한 홍시를 먹는 맛에 비기랴!

떫감이 홍시가 쉬 되지 않으니 자꾸만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렇게 주무르다보면 홍시가 빨리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홍시가 이럴진대 곶감은 하물며 말해서 무엇하랴! 10살이 돼 대처인 마산으로 이사 와서야 겨우 곶감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귀한 홍시와 곶감이었건만 지금은 너무나 많아서 격세지감이 든다. 얼마 전 산청 곶감 축제에 가봤는데 죽 늘어선 임시 가게마다 전부 '맛보기'를 준다. 한 바퀴를 돌면 거의 곶감 10개만큼 먹을 수 있다. 어릴 때 마음 같아서는 서너 바퀴 돌고 싶었지만 구척 장신의 몸을 생각하고 참았다.

이렇게 홍시와 곶감과 더불어 모든 물질이 풍성해졌건만 함께 우리의 정신 세계는 풍성해지기는커녕 메말라간다. 사랑하라! 용서하라! 나누라! 최근에 어느 봉사하는 신부의 말씀…. 여기에 답이 있다.

홍시(紅枾)는 생감의 떫은맛이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제거되어 단 맛이 강해지고 말랑말랑해진 감을 의미한다. 연시(軟枾)또는 연감이라고도 하며, 연시는 물렁물렁하다는 뜻이고 홍시는 붉다는 뜻.

감 속의 타닌 성분은 입 안에서 침과 섞여 녹아 떫은맛을 내게 한다. 이 떫은맛을 제거하는 것을 탈삽(脫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수용성 타닌 성분을 불용성으로 변화시키면 홍시가 되는 것이다. 홍시는 숙취해소를 돕는 것을 비롯해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한다. 소화기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감(枾·persimmon)은 단과(丹果)라고도 하며 한국, 중국, 일본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곶감은 명절이나 제사 때 쓰이고, '건시(乾枾)'라고도 한다. 감은 고려시대부터 재배됐고 곶감은 조선시대에 많이 애용된 듯하다.

"음력 8월에 익은 단단한 감을 껍질을 벗기고 꼭지를 베어 큰 목판에 펴 놓아 말리되, 혹 비를 맞히지 말고 부지런히 말리어 위가 검고 물기 없거든 뒤집어 놓아라. 마르거든 또 뒤집어 말리면 빛이 검고 그 맛이 기이하다. 다 말라 납작하거든 모양을 잘 잡아 큰 오지항아리에 행여나 물기가 있을세라 조심하여 켜켜 놓고 감 껍질을 같이 말려 덮고 좋은 짚을 잔뜩 덮어 봉해 뒀다가 곶감 거죽에 흰 가루가 돋은 후에 먹으면 좋다. 농익어 무르려 하는 것은 썩어 문드러지기 쉬우니 단단한 생감으로 하라."

본래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을 뜻하며 '곶다'에서 온 말이다. 된소리로 '꽂감'이라 하는 것도 '꽂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볕에 두어 말린 곶감을 백시 또는 건시라 한다. 백시는 몸을 따뜻하게 보강하고, 장과 위를 두텁게 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해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목소리를 곱게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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