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국제시장서 국가대표 어묵을 꿈꾸다
옥포국제시장서 국가대표 어묵을 꿈꾸다
  • 김경희 기자
  • 승인 2018.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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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배 옥포어묵대첩 대표

숨이 차오르도록 뛰고 또 뛰었다. 얼굴이 까맣게 타고 거친 태클에 넘어져도 어린 소녀는 축구 국가대표의 꿈을 꿨다.

청소년축구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축구밖에 몰랐던 소녀는 훈련 중 부상을 입으면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선수에서 옥포국제시장에서 옥포어묵대첩 대표로 변신한 유보배(27·옥포동)씨. 한때는 자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유보배씨는 상비군 골키퍼로 활약했고 동생은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훈련 중 부상을 입어 꿈도 저버리게 한 한 쪽 눈은 지금도 잘 볼 수 없다.

유씨는 통영에서 거제로 정착한지 2년 차다. 축구선수를 그만두고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 남편을 만났다. 남편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잠시 떨어져 지내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며 거제로 넘어오면서 옥포국제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유씨가 처음 옥포국제시장에 발을 들인 건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고 입소문만 제대로 나면 충분히 승부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 시작한 장사는 '솜사탕브리또'. 한 달만 죽어라 해보자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장사가 잘 됐다.

그러면서 욕심이 났다. 정식으로 가게를 내고 싶었다. 그때 거제시의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 공모가 뜨고, 선정되면서 옥포국제시장 '1호 청년 사업자'이자 옥포어묵대첩 대표가 됐다.

유씨는 "거제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니 만큼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며 "장사는 누구의 지원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가며 해야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지금도 배워나가는 중"이라며 웃는다.

어묵 맛을 칭찬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보면서 "처음 어묵 만드는 것을 배웠을 때의 어색함은 지금도 같다"며 "아직 시장 상인으로 인정받기에는 어묵을 만드는 실력이 훌륭하지는 못하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어묵 재료를 설명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신선한 재료로 100% 수제로 만든다는 그는 "노력을 알아주는 이들이 점차 생겨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띠었다.

아직 수입은 적지만 고객들로부터 들려오는 즐거운 이야기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한다. 얼마전 충청도에서 온 관광객이 자신의 어묵맛을 잊지 못해 택배를 요청했단다. 또 어떤 남자손님은 옥포국제시장의 주차 여건이 좋지 않아 대형마트에서 어묵을 사갔다가 오히려 아내에게 잔소리 폭탄을 들었다고 하더라며 자랑이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것이 유씨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찾아온 손님 한 분, 한 분이 남편과 내가 만들어가는 어묵의 맛을 알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그게 가장 뿌듯하고 기쁘다"는 유씨.

그는 젊은이답게 옥포국제시장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한다. 시장의 활성화는 거제시의 활성화로 이어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옥포국제시장에서 먼저 장사를 시작한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친해지고 시장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시장에 웃음이 가득하고 젊은이들이 꼭 찾아오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어나가고도 싶습니다."

그러면서 유씨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골키퍼처럼 막아 내겠다. 하지만 손님은 막지 않고 무조건 골인"이라며 옥포국제시장의 밝은 미래와 같은 웃음을 지었다.

옥포국제시장에서 가장 어린 상인인 유씨 부부는 재래시장에서 국가대표의 꿈을 꾼다. '어묵 국가대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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