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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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귤북지(南橘北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으로 옮기면 탱자로 변한다'는 사자성어다. 속 뜻은 환경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변한다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안영의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나왔다.

초(楚)나라 영왕(靈王) 때 제나라의 재상 안영이 사신으로 왔다. 영왕은 키 작은 안영을 보며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경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무엇이오?" 하니, 자신의 키 작음을 비아냥거리는 것이라 짐작한 안영이 "저의 나라에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신을 뽑아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제나라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에 오게 된 것이옵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에서 '남귤북지'가 유래됐다.

이 말이 요즘 거제시 쓰레기분리수거 배출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즉 다른지역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던 사람이 거제로 이사오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않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 왜 타 도시에서는 잘하면서 거제에 오면 대충하는 것일까? 거제지역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 도시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이 생활화 돼 있다. 하지만 거제는 분리배출을 대충해도 다른 사람 눈치를 안봐도 되니까 괜찮다는 식이다. 바로 '강남에서는 귤인데 강북에 가면 탱자'가 돼버린 모양새다.

거제시도 쓰레기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위해 모범지역 포상, 지도단속 등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업체의 직접수거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거제는 아직 멀었다" 이다. 지난 2016년 7월 종량제봉투 가격인상과 종량제 봉투를 사용자 별로 분류하면서 2017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지난해보다 5534톤 감소했다. 종량제봉투 수입은 지난해 대비 5억7803만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쓰레기감소는 거제지역 인구감소와 상가 경기침체로 생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쓰레기봉투 판매 수입증가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을 위해서는 거제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첫째, 공무원들의 분리배출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욕이다. 수거업체들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거제시가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사로만 비춰진다. 의식변화 운동은 작은 것의 실천에서 시작한다.

둘째, 시민들의 쓰레기 분리수거배출 의식전환이다. 서울에서 이사 온 주부는 남편이 서울 살 때는 쓰레기 분리배출도 도와주고 음식물쓰레기도 잘 비워줬는데 거제 이사 오고부터는 도와주지 않는다. 음식물 등 분리배출을 하는 남자들을 주위에서 자주 보지 못하니까 쑥스러워서 그런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강남의 유자가 강북의 탱자가 되듯이 주위에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조선소에 잠깐 일하러 왔거나 이사를 와 쓰레기를 함부로 배출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셋째, 거제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무원과 시민들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산지원도 중요하다. 지속적 관리를 위해 배출 지킴이의 인건비 예산을 확보하고 지속적 계도와 단속이 필요하다. 또 거제시 청소담당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혜택도 있어야 한다. 시 전체 공무원들 모두 고생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소업무 담당자는 잘해도 칭찬을 기대하기 힘들다. 거제시 청소담당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지 않고는 '청정 거제! 쾌적한 거제' 만들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거제시의 도시 슬로건은 '블루시티 거제'다. 분명 자연환경은 '블루시티 거제'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청결도 문제는 '블루시티 거제'가 아닌 '더티 거제'라고 할 수 있다. 거제시내 도로바닥은 담배꽁초·휴지·컵·전단지 등 각종 쓰레기 천국이다. 지나다보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블루시티 거제'라는 말이 민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늦지는 않았다. 거제시와 시민들이 블루시티 거제를 만들기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 배출이라는 작은 의식개혁을 시작한다면 깨끗한 거제, 블루시티 거제도 만들어 질 것이다. 환경이 깨끗하면 시민의식도 깨끗해지지 않을까? 거제에 살러오면 탱자도 유자가 되는 그런 '블루시티 거제'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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