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공세에 쉽게 넘어가 노후자금 날리기도
시, "정식등록 판매업이라 단속하기 힘들어"

"노인들 피 빨아 먹는 거지, 그게. 3개월 동안 물건 한 트럭 갖고 왔으면 돈으로 두 트럭 가져가는 수법이라니까. 안 그래도 동네경기 어려워 삭막한데 저놈들이 더 피 빨아먹는다니까."

50대 이상 노인들의 주머닛돈을 노린 속칭 '홍보관'이나 '약장사' 등이 여전히 지역 곳곳에서 노인들을 울리고 있다.

노인들은 홍보관에서 파는 물건이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밌게 해준다" "무력한데 시간 떼우기용으로 좋다"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높이 세웠다.

지난 15일 친구 따라 갔다가 노후자금에 손 댈 뻔한 A(73) 할머니는 "자식들이 통장 관리를 해서 그나마 정신 차릴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 할머니에 따르면 이들은 비누나 세제·화장지 등 각종 생활용품을 나눠주면서 노인들을 불러 모으고, 친구들을 더 많이 데려오는 노인들에게는 더 많은 경품을 지급해서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노인들이 홍보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식보다 더 극진한 것은 물론이고 노인들이 재밌게 구경할 수 있도록 갖가지 공연까지 펼쳐진다.

A 할머니는 "자식들도 이렇게까지 잘 대해주진 못한다"며 "냄새 난다고 구박하는 사람 하나 없이 춤추고 노래 부르고 웬만한 공연보다 훨씬 재미나는 시간을 보내는데 공짜로 받기만 하니 하나 둘씩 사게 됐다"고 말하면서 다용도실에 홍보관에서 산 물건이 한 가득이라고 밝혔다.

A모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본지로 제보한 B(73) 할머니는 "요즘은 노인들 뿐 아니라 지역 상인들이나 젊은 엄마들도 이곳을 방문한다"며 "지역 경제가 안 좋아서 공짜 경품이나 받으러 오는 것 같은데 결코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지 않을 장사꾼들에게 이미 낚인 것"이라고 일침했다.

B 할머니는 "듣도 보도 못한 상표의 양말을 갖고 와서는 10켤레에 5만원을 부른다. 그걸 또 사람들이 사는 것 보면 이미 요지경 세상이 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홍보관이 정식으로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다. 판매품종도 화장품부터 시작해 미용용품·생활용품·가전제품·의료용품·건강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할 수 있도록 등록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B 할머니는 "옥포동 경기가 조선업 침체로 급격히 안 좋아져 안 그래도 시장 골목마다 사람이 없는데 이 장사꾼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사라졌다"며 "매년 약장사들의 피해가 있는데 거제시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