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지난 1일 월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세 자녀를 데리고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영화 '1987'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30여년 전 최루탄 가스를 맡으며 민주화 대열에 참여했던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여년 전의 일이 됐습니다.

당시 독재권력을 계속 이어가고자 했던 신군부세력인 전두환 군사정권을 향해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참된 자유와 온전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숭고한 몸부림이 있었던 그때 그 시절 주어진 자리에서 용기있는 항거를 통해 참된 애국정신을 실현했던 시민들의 삶을 담은 영화 '1987'을 만나기 위해서 였습니다.

1987년 전두환 정권 말기인 1월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모진 고문 끝에 숨진 사건이 기폭제가 되고,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시위 도중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으로 인해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꽃을 피우기까지 그 모든 여정을 담고 있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아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3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몰아내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 적폐를 청산하며 민족정기를 새롭게 세워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와 참된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주어진 악세사리와 같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청년들의 피와 몸부림의 결과요, 다수 시민들의 희생 위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날 주어진 이 자유와 성숙한 민주주의는 1987년 광화문 광장과 거리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빌딩숲 속에서 보여줬던 많은 시민들의 용기있는 행동과 자유를 향한 숭고한 몸부림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선물이요 다시금 뺏길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영화 속에 인물들처럼 당시 공안검사였던 최환 검사와 같이 화장명령서를 거부한 채 원리와 원칙에 근거한 판단을 좇아서 정도를 걷고자 했던 용기있는 행동, 교도소의 보안계장으로 주어진 자리만을 차지한 채 무의미한 역할을 감당하는 철면피 공직자가 아니라 한 청년의 비극적 죽음을 직면하면서 불의한 권력이 조작하고 있는 일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참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양심있는 행동을 보여준 안유 계장의 모습, 힘없는 교도관으로 참된 민주사회를 위해 옥중에서 끊임없이 불의와 불법을 폭로하고자 힘썼던 야당인사인 이부영 선생의 뜻에 함께 공감하면서 공권력의 비리와 잘못을 재야인사인 김정남 선생에게 전달함에 있어서 엄청난 위험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던 교도관 한병용씨와 조카 연희, 불의한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외면한 채 국민에게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바로 알리고자 힘써 노력했던 신문기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재야인사들의 끊임없는 활동,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과 종교인들의 동참, 이 모든 분들이 불의한 독재 권력을 향해 항거했던 숭고한 몸부림이 있었기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때 그들 중에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릇된 선택을 했다면 그해 뜨겁게 타올랐던 '6월의 광장, 시민 혁명의 승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자유와 더불어 함께하고자 했던 사람들, 정의와 더불어 손을 잡고자 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쳤기에 불의한 권력 앞에서 승리의 개가를 부를 수 있었고 새로운 시대를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이 나라의 참된 애국자일까요? 촛불광장에 서 있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태극기 부대에 동참하는 사람일까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어느 쪽이 참된 애국자일까요? 힘 있는 자리에 앉아서 이 나라 이 민족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머리띠를 두르고 매일 투쟁을 일삼는 사람일까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언25:13)

그랬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의 주인되는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사람, 청량음료 같은 사람,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충성된 사자요 진정 참된 애국자가 아닐까요?

2018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각자 주어진 자리와 맡겨진 사명이 다 있습니다. 참된 애국자는 말만 앞세우는 빈수레 같은 사람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 빠져 있습니다. 작은 손짓과 가벼운 미소에도 울고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맡겨진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함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형제자매들에게 시원한 얼음냉수 같은 사람, 행동으로 말하는 복된 삶이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