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2017독서감상문 공모전 초등부 고학년 우수 작품
안순혜 作 '503호 열차' - 조연서(양지초 4년)

조연서(양지초 4년)
조연서(양지초 4년)

나는 이 책의 겉표지에 그려져 있는 그림만 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고, 새까만 열차 안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책 속의 그림들을 훑어보았다. 칙칙하고 어둡고 차가운 그림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사람들….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천천히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남자아이 '사샤'다. 사샤의 가족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련군의 지시로 영문도 모른 채 503호 열차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주민들은 추수할 때가 다 되어 가는데 두고 온 곡식 걱정과 어디로 왜 가고 있는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리고 엊그제 불려간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서로 물어보기 바빴지만 정확히 답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유도 모른채 열차에 탄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났을까? 사샤의 아빠도 간단한 조사를 받고 온다며 소련으로 떠나고는 소식이 없었다. 떠나기 전에 사샤에게 네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나이가 됐으니 강해져야 한다는 말만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님이의 엄마가 차가운 열차 안에서 아기 '율이'를 낳았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나자 안톤이는 병으로 앓아 죽었다. 소련 군인들은 전염병이 퍼지기 전에 안톤을 빼앗아 갔다. 남은 가족들이 슬퍼하는 장면에서 나도 마음이 아파왔다.

소련 군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레나 누나는 삼촌과 결혼식을 올렸고, 사샤의 할머니께서는 삼촌에게 꼭꼭 숨겨 뒀던 씨앗봉지를 주셨다. '무궁화꽃'이라고 적혀 있는….

그 씨앗이 생명이고, 희망이며, 내일이라고 말씀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사샤와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열차가 잠시 멈췄을 때, 삼촌은 할머니를 벌판으로 데리고 갔다. 열차는 다시 달렸고, 사람들은 아파서 죽고, 배고파서 죽고, 추위에 떨다 죽었다. 무섭고 슬픈 일이 계속 생겼지만 갓난아기 율이의 미소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따뜻해진 것 같다.

잠시후 열차가 멈추고 소련 군인들이 모두 내리라고 했다. 열차 밖의 세상은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는 끝없는 벌판 뿐이었다. 사람들을 모두 내려놓고 열차는 출발을 했고, 사람들은 울면서 소리쳐 노래를 불렀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다.

나는 그 후의 일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샤와 마을 사람들은 버려진 땅에서 할머니가 주신 희망의 씨앗으로 결국에는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용기를 낸 모두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나라를 잃고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씨앗은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알고 보면 힘들고 아팠던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3.1절이나 한국전쟁·광복절·개천절 등 우리나라를 빼앗겼을 때의 슬픔과 해방이 됐을 때의 기쁨, 전쟁의 무서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내가 커서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