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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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를 정리하며 즐겨 쓰는 말이다. 허나 언제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던가. 지난해 12월 20일, 달력에 찍혔던 빨간 대통령 선거일. 5월 9일 조기 선거로 결국 거짓 달력이 됐다. 지진으로 연기된 대학수능시험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17년 만큼 '다사다난' 한 해 더 있었을까.

대학 교수들은 지난 '정유년'을 '파사현정(破邪顯正)' 네자로 요약했다. 파사현정은 불교 용어다. '그릇된 것이 깨질 때, 바른 것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결국 광장의 시민들이 촛불로 깼다.

누가 옳고 그름을 알까

문재인 대통령의 출생지라고 자랑하는 거제는 어떠했나. 국민들의 '파사현정' 바람과는 달리 '자웅난변(雌雄難辨)'이 적절했다. 옳음과 그름의 구분이 까마귀 암놈과 수놈처럼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그게 거제의 2017년이었다. 시경(詩經)의 소아(小雅) 정월(正月)편에 나오는 '자웅난변'은 '저마다 제가 훌륭하고 옳다 말을 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라는 뜻으로 세상사 옳음과 그름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8.30 '자칭 조폭이라는 장 씨의 정적제거 폭로사건'부터 시의원들의 무면허 및 음주운전, A 도의원 횡령사건과 B 도의원의 온갖 루머에 골치를 썩히고 있는 찌라시 사건, 지역 국회의원의 벌금형까지 거제정치는 '파사현정'에 역행하는 '자웅난변' 꼴이었다. 그나마 거제시 의회의 윤리특위에 '자존심 회복'의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해를 넘겨 오는 3월로 연기됐다. "거제에서 정말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추운 겨울 칼바람에 실려 아리다.

거제시 모 과장의 인·허가 관련 금품수수 혐의 구속,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조선경기 침체 등으로 지역경기 및 시민들의 삶은 살얼음판이다. 그럼에도 거제는 벌써 올해 6.13 동시지방선거에만 깊이 빠져 있다.

미친 짓 아닌가. 올해는 얼마나 '자웅난변'의 생생한 실상을 보게 될건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수많은 사건들,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의 뒷얘기들로 거제는 시끄럽고 혼탁하다. 옳음과 그름의 판단이 어렵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되레 '자웅난변'을 적절히 이용한다. 저마다 '적임자'임를 자처하면서 다른 이들에 대해선 끊임없이 폄하하고 온갖 의혹을 내뱉는다.

우리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누가 과연 거제시민들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일꾼일까. 분간하기 어렵다. 시민들은 "그놈이 그놈 같고, 당선되면 그놈이나 이놈이나 똑같다" 말한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 되면 결국 학연·지연·혈연을 찾는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파사현정'을 택했다. 거짓과 탐욕·불의와 부정을 민(民)의 힘으로 무너뜨렸다. 자웅 구별이 어렵다고 한다. '구별'이 어려운 것이지 '자웅'이 같을 순 없다.

거제시민만을 위한 일꾼 보고싶어

신년 꼭두새벽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다가올 6.13 동시지방선거는 거제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출마의사가 있는 정치인들끼리 벌써부터 신경전이 시작됐다.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 시민들의 살림살이 걱정과 정책은 뒷전이다. 오로지 나만 '적격자'이고  다른 이는 '부적격자'로 선동한다. 선거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들 한다.

이젠 시대가 바꼈다. 시민들의 촛불로 대통령을 끌어낸 국민이다. 우리 거제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되돌아 볼 때다. 부끄러운 일에도 누구하나 사과하지 않는다. 사건에 연루돼도 기소되지 않고 선거출마에 문제만 없으면 그저 다행인가. 루머와 사건들의 얽힌 것만으로 성찰해야 할 일이다. 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올해엔 꼭 거제와 거제시민들만을 위한 올바른 일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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