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 오 헨리 作
[거제신문 2017독서감상문 공모전 중등부 최우수 작품]

김경은(거제중앙중 1년)
김경은(거제중앙중 1년)

독서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이 제목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차근차근히, 숨을 쉬는 건지 아닌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희망은 사람의 앞길을 밝혀 주는 등불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살려내기도 하는 무한하고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위대함은 나의 가슴에 작은 충격을 던져 줬고, 눈가에 눈물을 맺히게 했다.

희망은 그 당시 무서운 질병이었던 폐렴에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들어 있던 존시를 죽음의 늪으로부터 한 줄기 밝은 빛을 던져 구해냈고, 모든 이에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마음속에 뿌리내려 줬다. 바람에 떨어져 가는 덩굴 잎을 보고 잎이 모두 질 때, 그것은 죽음을 더욱 빨리 불러들인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고, 그 때문에 존시의 병세가 자꾸만 악화돼 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존시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작품하나 없는 3류 화가 베어먼 할아버지의 담쟁이덩굴 잎은 깊은 의미가 있기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걸작이었나 보다. 늙은 몸보다는 젊은 소녀가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비바람을 맞아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잎새를 그렸던 베어먼 할아버지의 희생정신. 그것은 이웃 간에 이름도 모르고 서로 잘 돕지 않는 현대인들이 꼭 본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베어먼 할아버지는 존시를 살리고 돌아가셨지만 남을 위해 죽었다는 것은 베어먼 할아버지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엄숙한 죽음에 뜨겁게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할아버지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인 잎새를 보고, '저 약한 덩굴 잎도 심한 비바람에 견뎌 내는데…' 하는 생각에 존시는 살아났지만 베어먼 할아버지는 끝내 돌아가시고 말았다. 베어먼 할아버지의 그러한 행동은 인간의 위대한 힘이자 선한 마음이었다고 소리치고 싶다.

다시 물어도 대답 없는 바람은 말없이 선을 남기고 간 베어먼 할아버지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시는 베어먼 할아버지가 그려 넣은 잎새임을 모르고 병석에서 웃으며 일어났으니 할아버지는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며 밝게 미소지으실 것이다. 그 웃음은 보람찬 미소였고 행복한 미소임에 틀림없다. 베어먼 할아버지는 40년 간의 나날 속에 기다리던 걸작을 존시의 영혼에 심어주고, 담쟁이덩굴 위에 남겨 두고 웃으면서 기쁘게 간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마지막 잎새를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건강한 나 자신에게 감사하면서 생활해가고 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길거리에 떨어진 10월의 낙엽을 보면서 다시금 마지막 잎새의 베어먼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존엄한 생명력과 정신력을 깊이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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