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조선업은 한때 효자산업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부동의 세계 1위였다. 한때는 침이 마르게 칭찬하더니 조선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옥포만(玉浦灣)을 바라보는 눈길은 더욱 그렇다.

고향에 대형 조선소가 있어 자랑스러웠다. 우리나라 발전과 거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우뚝 솟은 '골리앗 크레인'의 위용은 가히 자랑할 만하다. 4만명의 근로자가 밤낮 없이 3교대로 일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축구장 규모보다 크다는 대형 유조선, 땅콩처럼 볼록볼록 하게 구분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있다. 그뿐인가. 모양새 빠지는 뭉뚝한 살물선(벌크화물선), 네모난 상자를 가득 싣고 수출입 화물을 기운차게 운반하는 컨테이너 선박, 삼면의 바다를 수호하는 신형의 해군함정, 해양플랜트 등의 불빛으로 불야성이었다. 그런 옥포만이 이제는 풀이 죽었다. 세계의 바다를 안방인 양 주름잡던 조선업이, 몇 년 사이에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옥포에 있는 조선소는 국가기업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비난받을만 하다. 게다가 세 차례나 공적자금을 몇 조원씩 쏟아부은 기업이 아닌가. 거제경제는 물론 국가적으로 커다란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경영을 부르짖던 곳이다. 그러나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어느 재벌그룹의 DNA가 숨 쉬고 있다. 장려(壯麗)했던 과거와 함께 한 때 우리의 자부심으로 인정되던 세계최고의 조선기업이 공공의 적쯤 됐다.

배를 짓는 현장을 보면 장관이다. 조각조각의 쇠로 블록을 만든 후 건물을 짓듯이 블록을 이어붙이는 용접해 배를 짓는다. 배가 완성되면 배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를 한다. 이때 여성으로 하여금 도끼로 테이프 커팅을 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여성처럼 부드럽게, 항해가 순탄하라는 뜻이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옛날 속담이 있다.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섬에 바다를 매립해서 백만 평이 넘는 공장부지를 만들었다. 거제를 1인당 소득수준이 제일 높은 곳 중의 하나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은 언젠가는 빛이 바라기 마련이다. 세상인심 또한 그런 것이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인건비가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영국에서 인건비 비중이 낮은 북유럽으로, 북유럽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1973년도로 기억된다. 진해 쪽으로부터 헬리콥터 3대가 '옥포조선소' 기공식 현장으로 날아왔다. 자그만 체구의 P대통령께서 헬리콥터에서 내렸다.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 기공식'이었다. 그는 카랑카랑하고 똑똑 끊는 목소리로, 확신에 찬 어조로 국가 기간산업인, 중공업의 필요성과 조선소건립의 당위성을 연설했다.

그 후 밤낮없이 불도저가 옥포만을 흔들어 깨웠다. 섬 전체가 변해갔다. 논·밭·산·바다가 조선소로 바뀌었다. 옥포만에 세계유수의 조선소가 완공되고,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대형 선박들이 건조되기 시작했다. 날로 발전해 일류조선소가 됐다. 이와 함께 거제도 서서히 변해갔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인심도 변해가고, 인구도 급속도로 팽창했다.

조선소 이름도 여러번 바뀌고 주인도 여러번 바뀌었다.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으로, 지금은 '대우조선해양'이 됐다. 주인도 국영기업체인 '대한조선공사'에서 대우그룹인 '대우조선'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을 보는 시각도 각양각색이다. 주인의식도 없이 방만하게 기업을 경영한 경영자들의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운전사(경영자)가 잘못해서 사고난 차, 쓸 만한 데 폐차하자고 해서야'란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CEO의 항변이다. 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의 배를 짓고, 기술집약적 조선업으로 탈바꿈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건 나만의 소망일까. 새로운 시각으로 옥포만을 바라보는 날이 왔으면 싶다. 임진왜란 당시 중과부적의 상황을 뒤집고,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끈 지혜와 명철을 배워서 옥포만을 다시 경탄과 찬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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