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교체 위해 뽑았는데
해외 송출 광케이블 지나가
4달 가까이 시험굴착만 3회

지난 8월부터 거제지역 간선도로에 가드레일이 뽑힌 상태로 방치되고 있지만 거제시는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동부면 학동리 학동해수욕장에서 일운면 망치리 망치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거제대로 상당 구간에 지난 8월부터 가드레일이 뽑혀져 나간 상태로 위험하게 방치되고 있다. 가드레일이 없는 구간에는 노끈으로 연결해놓거나, 고깔모양의 라바콘이 놓여 있고, 이마저 없는 구간도 많다.

운전자가 앞이 잘 보이지 않거나 주의태만 상태에서 차로를 벗어나면 가드레일에 차체가 닿아 경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가드레일이 없으면 차량이 도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학동에서 망치로 가는 길은 바깥쪽에 낭떠러지가 다수 분포하고 있어 추락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가드레일이 지난 8월부터 장기간 사라진 이유는 경남국도관리사업소가 가드레일을 교체하려고 뽑았다가 아래쪽에 광케이블이 있어서 다시 설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제대로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도에 해당한다. 경남국도관리소에 따르면 해마다 국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조금씩 신형으로 교체한다. 신형 가드레일은 겉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차량 충돌시험에 통과해 내구성이 더 뛰어나다.

경남국도관리소는 문제가 되는 구간에 신형 가드레일을 설치하려고 기존 가드레일을 뽑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래쪽에 광케이블에 지나가기 때문에 새로 설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광케이블을 설치한 KT측과 협의해 광케이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에 다시 가드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에 기존 가드레일을 제거한지 4개월이 가까워지도록 공사에 진전이 없어 지역주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경남국도관리사업소가 지하에 광케이블이 설치된 사실을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평범한 광케이블이라고 여기고 공사를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 해당 구간에는 한반도에서 해외로 나가는 중요한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다. 거제로 집중되는 광케이블은 학동해수욕장 부근에서 해양으로 나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남도로관리사업소와 KT거제지사는 두 기관이 조심스럽게 시험굴착을 3회 실시해 광케이블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로관리사업소는 "낭떠러지 구간인 데다가 도로 옆 토사량이 부족해 가드레일을 비껴서 박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시험굴착을 통해 광케이블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KT거제지사 관계자도 "도로 밑으로 광케이블이 지나가면 가드레일 설치에 문제가 없는데 옆으로 지나가니까 설치가 어렵다. 그렇다고 위치를 옮기기도 어려운 광케이블이므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시에서는 해당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는 지난 9월11일 폭우가 쏟아진 뒤 외곽 간선도로를 돌며 주변을 점검하고 안전사고 위험성이 있는지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가드레일이 어디에 없어졌다는 말인가. 그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어본다"며 "학동 부근 거제대로는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고 국도관리사업소에서 관리한다. 그쪽으로 문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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