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000좌 완등한 초록빛깔산악회 김기창 산행대장

취미로 산악회에 가입해 10년간 1000개 봉우리를 정복한 직장인이 있다. 김기창(61·아주동) 초록빛깔산악회 산행대장은 퇴직하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소망목록)'로 1000좌 완등을 계획했다.

내년 퇴직을 앞둔 김 대장은 지난 여름휴가에 드디어 목표 달성의 기회를 잡았다. 그가 다니는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일감이 줄어서 2주 휴가를 받았다. 그래서 1000번째 봉우리는 일본 후지산 정상으로 정했다. 아직 1000번째 봉우리까지 몇 개가 남은 상황. 김 대장은 일본에서 산행을 하며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김 대장은 "일본에 태풍이 닥쳐 입산이 금지된 곳이 많았다. 산장에서 이틀 붙잡혀 있다가 비를 맞으면서 올라가려고 하면 일본 관리인이 막아섰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 돌아오는 비행기 일정 때문에 후지산에는 올랐지만 다른 봉우리를 못갔다"고 웃었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1000번째 숫자를 비워놓은 셈 치고 1001째, 1002째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김 대장은 "산행은 계속 해야 하니까 일단 비워놓고 후지산에 다시 가면 1000번째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올해 퇴직하면 내년에 시간이 있으니까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후지산 외에도 네팔에서 5000m급, 보르네오섬에서 4000m급 등의 고봉을 오른 경험이 있다. 부산에서 고교를 다닐 때부터 산을 좋아해서 교련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금정산과 백운산 등을 다녔다.

김 대장은 "고교 2학년때 방학을 맞이해서 동료들과 지리산을 종주했다. 당시는 지리산에서 야영이 가능했는데, 텐트를 지고 운동화를 신고 객기로 올라가서 밤하늘의 별을 봤다"고 회상했다.이러한 이유로 김 대장의 버킷리스트 1번 봉우리는 추억으로 시작한 지리산 천왕봉이었다.

그는 "내게 최고의 산은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웅장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장대한 권역을 자랑하지만 능선이 부드러워서 좋다"며 "일이 잘 안 풀리고 기분이 울적하면 평일에도 휴가 내고 새벽에 출발한다. 지리산 종주길을 걷고 있으면 산이 나를 위로해준다. 그러고 내려가면 힘이 나고 일도 잘 풀린다"고 말했다.

초록빛깔산악회는 월1회 정기산행을 전국 곳곳의 산으로 떠난다. 버스로 가는데 김 대장은 차 안에서 마이크를 잡는 유일한 사람이다. 가면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산행설명을 한다. 차 안에서 음주가무는 절대 금지된다.

김 대장은 1984년에 선배 소개로 울산에서 거제로 이동해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원래 산을 좋아했으니 거제에서도 짬짬이 등산을 다니다가 지인들과 다니기 시작했고, 초록빛깔산악회도 몇 번 따라가 본 다음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김 대장은 "산행대장은 산도 잘 타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살림꾼이 돼야 한다. 그런데 내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을 좋아한다. 주변에도 취미로 등산을 추천한다. 바빠서 못 간다는데 산은 못 갈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다. 주말 새벽에 일어나서 가면 지리산 정도는 충분히 다녀온다"며 "거친 일을 하다가 산에 가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산에 올라 아래쪽에 있는 인간 군상을 관조하는 재미에 이끌려 산에 미친 사람이 나 말고도 주변에 몇 명 있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산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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