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조기 입주하면 600만원 주겠다"
현장 살펴본 입주 예정자들 불만 폭주
건설사 자금 부족 조기입주 종용 소문

거제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사가 조기 입주를 하면 600만원을 준다고 해서 공사상태를 살펴본 입주 예정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내년 2월이 입주 예정인 해당 아파트에 다음달 11일까지 입주하면 입주 축하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사전점검'이라는 아파트 현장공개가 있었고 입주 예정자들의 인터넷 커뮤티니 게시판에는 아파트 공사에 하자가 많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어제부터 종일 멘붕' '계약해지에 관해 여쭤볼게요' '모델하우스랑 너무 다르다' '이것은 새집이 아니죠' '욕조가 깨져있어요' '주방이든 어디든 성한 데가 없어요' '문 잘 닫히나요' '지하주차장 누수, 놀이터 위험한 난간 등 하자가 엄청나게 있습니다' '1000원짜리 제품도 하자가 있으면 교환하는데…'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후 계약해지 요청 및 매도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역 부동산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마이너스 피'를 부담하면서까지 분양권을 넘기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넘기겠다는 한 입주 예정자는 "조기 입주자 선착순 40명에게 600만원을 주겠다고 했을 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전점검에 가봤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주를 포기하려고 한다"며 "전기도 안 들어오고 복도 등도 안 달려있고 하자가 많은데, 운반 과정에서 여기저기 찍힌 붙박이 가구만 교체해주겠다고 하더라. 새 아파트 사전점검을 몇 번 가봤지만 여기는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아파트 거래를 중개하다가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최근 폐업했다는 공인중개사는 "600만원을 준다고 하면서까지 일찍 들어오라고 하니까, 건설사가 자금이 부족해서 입주자들에게 잔금을 빨리 받아야 하는 처지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며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분양권이 원래부터 당초 분양가격 보다 낮은 상태였지만, 사전점검 후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건설사는 오는 25일께 사전점검을 다시 하고 그때까지 하자 부분을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건설사 관계자는 "조기입주 축하금은 입주 예정자 단체에서 원해서 해드리겠다고 한 것이다. 회사에 자금이 부족해서 그렇게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파트를 지을 때 공사기간에 여유를 두고 시작하므로 조기입주는 흔한 일이다. 사전점검 전에 공사 마감이 안 된 부분은 미리 공지했고 혹시 우리가 검토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으면 2차 사전점검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분양신청을 후회하는 입주 예정자들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사는 "아파트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부 입주자들의 고통이 큰데 공사까지 만족스럽지 않게 됐다면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게 되고 화가 날만 하다"며 "건설사도 당장 위기를 맞이하지는 않더라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경사지에서 36개월째 공사하느라 비용 부담이 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는 준공검사를 할 때에 하자가 없으면 되고, 사전점검을 통해 조기 입주를 유도하는 것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제시 관계자는 "사전점검은 법적 제도가 아니고 행정 권고사항이다. 입주 축하금을 주면서 조기 입주를 유도하는 일은 사인간의 행위이므로 지금 행정에서 관여할 수 없다"며 "어차피 준공검사가 끝나고 나야 입주자들이 아파트를 사용할 수 있기에 안전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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