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에 혼자 지내는 옥 할머니(78)는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웃돕기 사랑의 김장김치 행사 때문이었다.

"기자야!"
"올해는 김장김치 말고 우리 집에 전기장판이 고장이 났는데 전기장판으로 받으면 안 될까? 작년에는 냉장고를 열면 김치가 너무 많아 다른 것을 넣어둘 틈이 없어 고생했다."
"작년에는 연말이라고 9곳 정도에서 김치를 보내와 일단 고마워서 받아두긴 했지만 혼자 먹을 수가 없어서 사실 몇 개는 한통도 못 받은 할망구가 있어 나눠 먹었다"며 "기자야!" "네가 가서 시청에 말 좀 해라"고 하소연을 했다.

짧은 가을 날씨를 뒤로하고 초겨울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이맘쯤이면 대한민국은 각 지역마다 소외계층과 불우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정을 나누기 위해 이웃돕기 사랑의 김장김치 담기와 전달행사가 줄을 잇는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에 9곳에서 사랑의 김치를 전달했으니 할머니가 고마워서 받기는 했지만, 어지간히 부담스러웠나 싶었다. 올해는 김치 말고 전기장판을 받고 싶다고 한다.

배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배추값이 하락해 김장김치 행사에 배추라도 소모돼 다행이지만, 여러 단체에서는 받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따로 있는데 이웃돕기 한다며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고 주는 사람만 생색내는 사랑의 김장김치 전달행사, 이제는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이웃돕기 김장김치 전달을 하지말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 다 먹지도 못하는 김장김치 9통정도이면 40포기가 넘는 김치를 전달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우리 거제는 온통 사랑의 김장김치 전달 이웃돕기 행사로 난리다. 신문기사에 다 실어줄 수 없을 정도이다.

옥 할머니는 "김치는 1통만 있으면 되고 전기장판이 받고 싶고 김치를 쌀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또 "김장김치를 전달해주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도 안다. 고마운 마음에 항상 감사하다"며 할머니는 "김장김치 전달 이웃돕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복지를 필요로 한 곳에 행정기관·복지단체 민간복지 행사를 하는 곳에서 한 사람에게 중복되거나 누락되지 않게 어떤 시스템상 체계가 갖추어 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한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에 폐를 끼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번 더 "김치 말고 전기장판을 받을 수 없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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