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운면 중심 천주교 순례길
찾는 관광객은 증가, 맞이할 준비는 No?

거제 섬&섬길 중 하나인 천주교 순례길은 많은 천주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이들을 위한 거제시 관광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진은 일운면 천주교 순례길의 중심인 윤봉문 요셉 성지 입구.
거제 섬&섬길 중 하나인 천주교 순례길은 많은 천주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이들을 위한 거제시 관광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진은 일운면 천주교 순례길의 중심인 윤봉문 요셉 성지 입구.

 

대구에서 300여명에 가까운 천주교인들이 성지순례로 거제 섬&섬길인 '천주교 순례길'을 찾았다.

지난 11일 하루 일정이었지만 300여명이 일운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윤봉문 요셉 성지를 중심으로 천주교 순례길을 거닌 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까지 관람하고 돌아갔다. 그들이 하루 거제에서 지출한 비용은 식사비 250만원과 관람료·주차비·기타비용 170만원으로 총 금액 약 420만원이 쓰였다.

이들처럼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 이상 천주교 순례길을 거닐기 위해 거제를 찾는 성지순례객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거제시가 이들에 맞춘 관광전략이나 마케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지순례가 1인부터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도 방문하지만 성당이나 지구별로 방문하면 그 규모는 100명 단위를 넘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거제 순례길을 추천한 A 신부는 "최근 가톨릭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에서 성지순례를 많이 떠나는 가을을 맞아 전국의 성지순례지를 추천하는데 그 중 윤봉문 요셉 성지도 추천됐다"며 "덕분에 문의하는 이들이 많아 적극 권유했다. 하지만 자연풍광에는 다들 반했는데 거제 관광정책에 대해선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천주교 순례길은 총 8구간으로 나뉜다. 전체 구간을 모두 거닐려면 8시간 정도 소요된다. 섬&섬길 중 인기있는 구간인 만큼 길도 걷기 좋게 잘 구성돼 있다. 또한 코스가 완만해 어르신들도 거닐기 좋다. 특히나 거제의 절경을 바라보며 성지순례까지 할 수 있어 천주교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순례지다.

천주교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윤봉문 요셉 성지가 있는 8구간이다. 하지만 거제시청 관광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천주교 순례길에는 그 어디에도 천주교 성지의 '성지안내'는 없다. 8구간에 대한 설명은 거제조선해양문화관→초소, 연장 4.2㎞에 소요시간 2시간이라는 것 말고는 전무하다.

방문했던 김영빈(51·대구)씨는 "길은 정말 아름답고 좋았는데…"라며 말을 잠시 멈춘 뒤 "천주교 순례길을 방문했던 이들이 인터넷에 게재한 글이 훨씬 구체적으로 잘 표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거제는 110년이 넘는 가톨릭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가치를 시에서 잘 모르는 듯하다"며 "길 예쁘게 잘 조성하고 이름도 지어놓으면 뭐하나, 활용할 줄 모르는데"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을 실어온 관광버스 기사 강영수(57·대구)씨는 "차량에 어르신들이 있어 가톨릭성지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차를 대려고 했다. 인근의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주차장만 믿고 움직였다가 너무 멀어 어르신들에게 혼쭐만 났다"며 "단체관광객들을 위해 관광지와 연계한 대형주차 안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데 불편을 겪었던 이들이 또 오겠냐"고 반문했다.

천주교 순례길에 대한 관광마케팅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됐다.

이형철 거제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섬앤섬길은 전국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거제의 자연풍광을 잘 살렸지만 찾아온 관광객들의 특징을 제대로 못 잡아내니 오는 관광객도 발로 돌려보내는 격"이라며 "성지순례는 일회성이 아닌 전국의 500만명이 넘는 가톨릭 신도들의 정기적인 참배행사로 거제시는 관광정책으로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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