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칼럼위원 /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창가에 아내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은은한 커피 향에 묻어나는 낭만과 고소한 비스킷 조각을 깨무는 여유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

커피를 처음 대한 것은 아득한 세월 저편이다. 1950년대 중반쯤일 게다. 시골마을에 씨레이션 박스가 배급으로 나오면 그 박스 안에는 초코릿·우유가루·껌·인스턴트커피·비스킷종류·고기통조림·콩 통조림 등 여러가지 식품들이 들어 있었다. 다른 것들은 대충 아는 식품이었으나 커피만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혀를 대보면 쓰디쓴 갈색가루가 희한했다. 제일 인기 없는 식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식품은 어려운 시기에 요깃거리가 됐지만, 이 식품의 용도는 물론 먹는 방법조차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약 30억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인류의 절반이다. 커피는 이어 전 세계 교역량의 2위를 차지한다. 커피 소비상위 10개 나라는 유럽연합(EU)·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알제리·한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우크라이나 등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의 반열에 올라있다.

우리의 커피산업 성장 스토리는 유례없을 만큼 드라마틱하다. 1990년에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234g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3843그램으로 증가했다. 2000년 이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평균 9%씩 늘어났다. 20세 이상 성인은 1인당 연간 50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커피시장은 2015년 기준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국 5만여개의 커피 전문점에서 47%의 커피를 소비한다. 인스턴트커피는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서 식품수출 중 라면과 소주를 제치고 3200억원 이상 수출하는 효자 품목이 됐다. 커피는 크게 3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아라비카종·로부스타종·리베리카종이 대표적이다. 아라비카종이 전세계 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의 대부분이 로부스타종이고, 리베카종은 2∼3%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아라비카종은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이나 현재 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미와 남미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아라비카종은 잎의 모양과 색깔, 꽃등에서 로부스타종과 미세한 차이를 나타낸다. 단맛·신맛·감칠맛, 그리고 향기가 뛰어나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나무의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향미가 풍부하고 카페인 함유량도 로부스타종에 비해 적다.

로부스타종은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 남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강인한 종자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잎과 나무의 크기가 아라비카종보다 크지만, 열매는 리베리카종이나 아라비카종 보다 작다.

국제적으로 교역될 때는 편의상 콜럼비아 커피를 중심으로 한 마일드, 브라질 커피를 중심으로 한 자연 건조 식 아라비카,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로부스타 등 3가지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커피의 맛은 쓴 맛은 카페인에서, 떫은맛은 탄닌에서, 신맛은 지방산에서 단맛은 당질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커피의 성분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는 카페인·비타민 D3·항산작용을 하는 클로로겐산으로 당뇨병·우울증·알콜 중독증을 예방해주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커피가 귀한 대접을 받던 시절은 커피를 마시는 다방이 약속장소로, 맞선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비즈니스의 장소로 활용되곤 했었다. 사교와 만남의 가교역할을 하는 문화적 공간이었다. 여기에서 클래식음악을 감상하기도 하는 음악다방도 유행했었다. 이름도 다방에서, 찻집으로, 찻집에서 커피숍으로, 지금은 커피 메이커별이나 특정한 이름의 커피전문점으로 변했다.

'모닝커피'를 마실 경우 게란 노른자를 커피에 풀어주던 때도 있었다. 대중가요 '낭만에 대하여' 노래에서 흘러나오 듯 세월 저편에 흘러간, 그야말로 낭만적인 곳이 커피를 파는 다방이었지 싶다.

유엔 산하에 설치된 국제커피기구(ICO)라는 기구가 있다. 1963년에 설립돼 본부를 런던에 두고 있다. 53년간 런던에 위치했던 ICO본부가 2017년 건물의 임대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차기 본부 후보지로 우리나라의 지역들도 물색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이제는 커피대국으로 변한 우리나라의 위상과 함께 온 세계의 각 가지 커피향이 나라를 휘덮을 날을 기분 좋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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