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벌써 겨울의 찬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계절이다. 우리는 이때쯤이면 소외 계층에 대한 이웃돕기 방법으로 사랑의 김치를 담아 전달해주는 따뜻한 행사를 행정·관련단체·각종 민간단체는 물론이고 봉사단체들까지 참 많이들 한다.

혼자 사는 78세 할머니가 김장김치 한 통이면 되는데 여기 저기에서 가져오면서 아홉 통의 김치를 처리하고 보관할 곳이 없어 오히려 김치통만 보면 짜증이 난다고 한다. 받는 사람의 형편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생각에 좋으면 받는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김치 아홉 통이 아니라 김치 한 통에 전기장판·겨우내 먹을 쌀 20㎏이 더 필요했다. 김장김치 9통은 고맙지만 부담일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이 나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추기급인(推己及人)'이란 말처럼 '자기마음을 미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고사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남을 알고 싶거든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만 비로소 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 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의 형편을 먼저 헤아리는 '추기급인' 하는 인간관계라면 분명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처세의 가장 근본이다. 김장김치 나눔의 행사가 받는 이에게는 중복되고 누락 됐다는 단편적인 사실에만 국한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 모든 이치가 자신을 충분히 알고 나서 그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면 상대로 하여금 더 큰 고마움과 감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제경기가 어렵다. 올 겨울은 더 춥게 느껴질 줄 모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추운 겨울 따뜻하고 훈훈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국의 경제 대공황이 일어났던 당시, 20살 남짓의 한 소녀가 고급 보석가게 점원이 됐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30대 후반의 초라한 남자손님이 들어왔다. 그 남자는 진열된 보석을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소녀는 남자를 감시하듯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소녀는 전화를 받으러 급히 가다 실수로 6개의 보석을 담아둔 접시를 엎어버렸다. 소녀는 황급히 보석을 주웠지만 1개가 부족했다. 그때 급하게 초라한 남자 손님이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뛰어가서 남자의 손목을 잡아 큰소리로 "잠깐만요" 아니면 "도둑이야"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소녀는 "실례합니다만, 손님!"이라 말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가려던 초라한 남자는 몸을 돌려 소녀를 바라봤다. 서로 마주보며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남자는 경직된 말투로 "무슨 일이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무슨 일이냔 말이오!"라고 다시 물었다. 남자는 소녀를 봤다. 소녀도 남자를 쳐다보며 애원의 눈초리를 보냈다.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손님 전 이 일자리를 아주 어렵게 구했답니다. 요즘 일자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한참 동안 소녀를 보던 남자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 그렇고말고"라며 "당신은 일을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소.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소"라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하면 당신이 행복하겠소?" 하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사내는 보석가게를 빠져나갔다. 초라한 남자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던 소녀는 바닥에 떨어져 없어졌던 보석 6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

소녀와 초라한 남자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의 대화를 나눴고 서로가 공감하는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야 말로 서로 존중하는 것이며 의심과 질투·원망·상처·복수 등 세상의 악의 원인들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릴 것이다. 분명 우리는 따뜻한 마음에서 사랑의 김장김치를 전달하지만 받는 사람들은 김치를 전달해 주는 고마움에 싫다고 거절하지 않고 받는다. 그리고 혹 이웃돕기를 하는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이 다칠까봐 기자에게 김치 말고 전기장판 받을 수 없는지 물어본다. 거제의 경기가 제아무리 춥고 올 겨울이 영하의 찬바람을 몰아쳐도 우리는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 따뜻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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